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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선거 의식한 가덕도 밀어붙이기, 볼썽사납다

등록 2020-11-18 18:12수정 2020-11-19 02:39

지난 16일 부산 가덕도 모습. 연합뉴스
지난 16일 부산 가덕도 모습. 연합뉴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계획에 대해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놓자마자 정치권이 여야 가릴 것 없이 ‘가덕도 신공항’을 기정사실화하며 바람몰이를 하고 있다.

정치권이 10조원 넘게 드는 초대형 국책사업을 치밀한 검토와 충분한 논의 절차도 없이 밀어붙이려는 이유가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문이라는 걸 모를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런 중차대한 국가사업을 몇달 안 남은 선거의 유불리만 따져 졸속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원점 재검토’ 결정이 내려진 만큼, 안전성과 경제성은 물론 환경문제와 지역 균형발전 등 여러 중요한 변수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과정을 먼저 밟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증위 발표를 기다렸다는 듯 가덕도 신공항 사업 추진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 추진단’을 발족하고 이달 안에 ‘가덕도 신공항 건설 특별법’을 발의하는 등 일사천리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낙연 대표는 17일 검증위 발표 직후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가덕도에 공항이 들어서면 이동과 물류망 확대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 지역구 의원인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18일 “현실적으로 가덕도 이외에는 사실상 대안 부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책 결정권을 쥔 여당이 자기들끼리 결론을 낸 듯 밀어붙이는 건 부적절하다.

국민의힘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이견을 드러내며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결국 부산시장 선거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부산·울산·경남 지역구 의원이나 부산시장 출마가 거론되는 인사들은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패스트트랙에 올려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편다.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가덕도 공항이라고 하는 큰 방향이 결정됐기 때문에 그에 따른 신속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고, 이진복 전 의원도 “새 동남권 관문공항 최적지는 가덕도”라고 못을 박는 주장을 했다.

그러나 검증위는 김해신공항 계획의 재검토를 주문했지, 가덕도를 대안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김해신공항 결정 당시와 달라진 상황과 여건, 새 입지의 조건 등을 전문가들이 면밀히 따져보고 여론을 광범위하게 수렴하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신공항 건설의 목적에 가장 잘 부합하는 최적의 대안을 찾아내는 게 올바른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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