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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또 정치논리로 오락가락하는 영남권 신공항

등록 2020-11-17 18:01수정 2020-11-18 02:11

부산시가 추진하는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연합뉴스
부산시가 추진하는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연합뉴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17일 “김해신공항 계획은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고 확장성 등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근본적인 재검토를 정부에 주문했다. 이로써 10년 넘는 논란 끝에 2016년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으로 결정된 영남권 신공항 사업은 4년 만에 재논의 절차에 들어간다. 대선 공약, 백지화, 재추진을 거듭하며 말 많고 탈 많았던 사업이 다시 논란에 휩싸일 판이다.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이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건 어떤 이유로든 바람직하지 않다.

영남권 신공항은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검토를 지시한 뒤 이를 공약으로 이어받은 이명박 정부에서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로 후보지를 압축해 검토했으나 양쪽 모두 100점 만점에 40점을 밑도는 평가가 나와 백지화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재추진에 나섰고 프랑스 업체에 용역을 맡겨 가덕도, 밀양, 김해공항 확장 등 세 가지 안을 검토한 끝에 2016년 김해공항 확장이 최적이라고 결론냈다. 이 과정에서 대구·경북은 밀양을, 부산·울산·경남은 가덕도를 주장하며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역대 정부가 신공항 백지화나 제3의 방안인 김해공항 확장을 선택한 것도 정치적 고려의 결과였다고 볼 수 있다.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부산·울산·경남 단체장들이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에 나서면서 다시 국무총리실 검증위원회가 꾸려졌다. 대형 국책사업은 한번 진행되면 돌이키기 어려운 만큼 사전에 꼼꼼히 검증할 필요는 있다. 이날 발표된 검증 결과를 보면 합리적인 지적도 적지 않다. 안전 확보를 위해 김해공항 인근 산을 깎아내야 하는데 이를 위한 법적·환경적 검토가 부족했다든지 미래 수요의 변화에 대비한 확장성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는 등 기존 사업계획의 한계를 그냥 덮고 넘어갈 수는 없다. 정치적 절충의 산물이다 보니 허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원점 재검토 방침 역시 정치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신공항 입지를 가덕도로 바꾸려는 부산·울산·경남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재논의의 출발점이 된데다,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속도를 낸다는 의심도 지울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부산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가덕도 신공항을 서둘러 짓기 위한 특별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민의힘도 부산시장 선거를 의식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감사원 감사를 통해 사업 변경이 적절한지 따져보겠다”고 한 반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서 나름대로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런 정치권의 셈법에 기대어 영남권 신공항을 졸속 추진해서는 안 된다. 국민을 상대로 기존 방안이 왜 수정될 수밖에 없는지 충분히 설명하고 새 입지에 대해서도 합의를 끌어내는 과정이 분명히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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