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을 맞은 뒤에 사망했다는 신고가 늘어나면서 접종자 수가 크게 줄었다. 사진은 22일 서울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동부지부 독감 예방 접종실 모습. 연합뉴스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맞은 뒤에 사망했다고 신고된 건수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 23일까지 사망 신고가 36건에 이른다. 접종자 수가 감소하는데도 신고 건수는 거꾸로 불어나고 있으니 불안감이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백신 품질과 접종 과정의 안전성을 자신하던 보건당국과 전문가들도 적잖이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신고된 사례들 가운데 백신 접종과 사망 사이의 상관성이 확인된 경우는 아직 한 건도 없다. 반면 시간이 갈수록 백신 접종과 무관한 사인이 조금씩 확정돼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사인이 밝혀지지 않은 사례가 대다수이며, 더구나 신고 건수와 비례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럴수록 사회적인 불안감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백신 접종과 사망 사이에 의학적 상관성이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 대부분이 부정적인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23일 ‘예방 접종 피해 조사반 회의’를 열어 접종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질병관리청은 “사망 신고 사례 36건 중 26건을 심의한 결과, 백신 접종과의 직접적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예방 접종을 중단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독감 방역에서 사회심리적 차원의 방역은 물리적 차원의 방역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다. 백신 접종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생명에 대한 불안감으로까지 나아가면 누가 백신을 맞으려 하겠는가. 실제로 하루이틀 새 의료 현장에서는 접종자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 어떻게든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하면 독감 방역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초기 신고 사례만이라도 정확한 사망 원인을 신속히 밝혀낼 수 있다면 백신 접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때까지 일시적으로 접종을 중단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금은 불안감이 다시 불안감을 증폭하는 면이 분명히 있다. 예년 같으면 고령층 기저질환자가 독감 백신을 맞은 뒤 숨졌더라도 백신을 원인으로 의심하지 않아 신고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을 수 있다. 올해 신고 건수와 예년 동기의 고령층 사망자 독감 접종 이력을 비교해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걸로 나오면 불안감을 더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은 사회심리적 차원의 모든 방역 수단을 강구해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