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사 2차 총파업 첫날이 8월26일 오전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의사가 정부의 공공의료 정책을 규탄하는 대형 팻말을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국립대병원에서 의료법상의 의사 고유 업무를 ‘피에이’(PA·진료보조인력)에게 일삼아 전가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한겨레>가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부산대병원 준법의료정착 티에프티 회의록’을 통해서다. 얼마 전에 보건의료노조 등이 이런 실태가 만연해 있다고 폭로했는데, 이번에 병원의 공식 문건으로 확인된 셈이다.
문건 제목은 이 병원에서 불법 의료가 예외적인 사건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임을 일러준다. 오죽했으면 노사 합의로 이런 티에프티를 꾸렸겠는가. 대리 처방은 체계적으로 권장됐고, 응급 상황에서 마약 제제 투여를 비롯한 온갖 지시도 피에이가 대신 했다. 더구나 이런 행태는 이 병원 말고도 대부분의 종합병원에서 적발되고 있다 한다.
자기 업무에 대한 자부심이 유별난 의사들이 피에이에게 일을 무분별하게 떠넘겨온 것은 그만큼 의사 부족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전공의의 주당 근무시간이 2016년 80시간으로 제한되고 의사 부족이 심해지면서 국립대병원들의 피에이 채용이 급격히 늘었다고 한다. 사립병원들의 사정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전공의들은 의사 부족에 따른 업무 부하가 자신들에게 집중되는데도, 증원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여름 정부가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추진한 지역의사 증원 정책에 맞서 장시간 의료 현장을 비우고 집단행동을 벌였다. 자기들과 분야가 직접 겹치지도 않는 지역의사 증원까지 반대할 만큼 의사 증원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을 어느 국민이 받아들이겠는가.
코로나19 위기가 극복될 때까지 공공의료 강화 정책에 대한 논의가 유보된 상태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웬만큼 수굿해진 지금이 시민사회와 더불어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협의체 구성을 논의할 때라고 본다. 종합병원의 의사 부족 문제도 공공의료 강화 차원에서 함께 다루는 것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