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사 수주 비리 의혹 등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피감기관에 압력을 행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가족 관련 건설사가 수천억원의 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의원이 된 뒤 되레 수주액이 줄었다며 여당이 근거 없이 의혹을 부풀린다고 강변했다. “코로나로 서민경제가 참혹할 만큼 어려운 시점에 여론몰이로 국민을 더 힘들게 만드는 정치공세 행태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적반하장이다. 국민을 힘들게 하는 건, 자성은커녕 궤변으로 비리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박 의원 자신이다.
박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으로 있던 최근 5년 동안, 그가 장남에게 물려주거나 친형을 대표로 앉힌 건설사가 국토부와 산하기관에서 25건의 공사(775억원 규모)를 수주했다. 그런데도 박 의원은 여당이 권력 실세 자녀들의 불공정 이슈를 덮으려고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고 했다. 오히려 자신의 비리 의혹을 추미애 장관 아들 문제로 덮으려고 하는 건 아닌지 박 의원에게 묻고 싶다.
박 의원은 자신이 이익을 본 것이 사실이라면 “여당 스스로 대한민국의 입찰시스템 붕괴를 자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슨 해괴한 소리인가.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공개경쟁입찰 시스템이 아니라 공사를 따내려고 피감기관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라는 걸 박 의원은 모른다는 말인가. 또 2015년 직권남용 등으로 서울시에서 400억원이 넘는 공사를 수주한 혐의로 고발당한 것과 관련해선 “박원순 시장이 불법을 눈감거나 지시할 시장님이냐”며 “의혹이 사실이라면 박 시장 비서실장이었던 천준호 의원과 정무부시장을 지낸 진성준 의원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형적인 물귀신 작전이다. 국정감사에서 ‘신기술’을 내세워 서울시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에 대해선 “한번 발언이 전부”라며 “이득을 주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국감 내내 지적했을 것”이라고 했다. 뻔뻔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박 의원은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선 “내가 이해충돌이면 대통령 아들딸도 취업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공사 수주 비리 의혹을 문제 삼는데 자녀 취업 얘기가 왜 나오나. 어처구니가 없다.
국민의힘은 긴급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박 의원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했다. 엄정하게 조사해 상응하는 조처를 해야 할 것이다. 검찰도 철저한 수사로 의혹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