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감기관 수주 의혹과 관련해 21일 국회에서 입장 발표를 앞둔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 박 의원이 지난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8일 김홍걸 의원을 전격 제명했다. 재산신고 누락과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당의 품위를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에서 제명해도 김 의원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그렇긴 해도 민주당이 국민의 공분을 산 국회의원을 신속하게 제명 결정한 건 평가할 만하다. 지금까지 여야 가릴 거 없이 국회의원의 허물을 감싸주는 데 급급했던 게 우리 정치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이 국회 차원으로까지 확대돼, 국회 윤리위원회가 ‘아무 쓸모 없는 종이호랑이’라는 비아냥을 더는 듣지 않게 되길 바란다.
그런데 김홍걸 의원보다 몇배, 몇십배는 더 파렴치하다는 평을 듣는 박덕흠 의원에 대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수수방관하고 있는 듯싶다. 박 의원의 이해충돌과 부적절한 처신에 관한 언론 보도가 잇따르는데도 국민의힘은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는 태도를 보인다고 한다.
박 의원은 15일 직권남용과 부패방지법,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청에 고발된 상태다. 박 의원 일가 건설사들이 국토교통부 및 산하기관들로부터 1천여억원의 공사를 수주하고, 지방자치단체들로부터도 수백억원대를 수주했다는 게 주요 의혹 중 하나다. 박 의원 쪽은 ‘100% 공개입찰이었다’면서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해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설령 공개입찰을 거쳤다고 해도 박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이나 간사를 맡는 동안 이런 일이 벌어진 데 따른 이해충돌의 책임을 피할 길은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박 의원의 소명을 지켜보겠다’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태도는 매우 안이하고 무책임한 것이다. 박 의원을 국토교통위 위원과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국토교통위 간사에 앉힌 건 바로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원내 지도부였다. 그 점에서 ‘역대 최악의 이해충돌 사례’로 꼽히는 박 의원 논란의 책임에서 국민의힘 또한 자유로울 수가 없는 셈이다.
박 의원이 부처와 산하기관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지 등은 경찰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 법적 책임은 그때 가서 지면 된다. 하지만 그 전에라도 이해충돌을 회피하지 않은 박 의원을 엄정하게 처리하는 건 공당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정부여당의 잘못은 거세게 비난하면서 제 눈의 들보를 못 본 척 외면하는 것, 이것이 국민의힘 본연의 모습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