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3일 “코로나19 위기로 온 국민께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계신 상황에서 제 아들의 군 복무 시절 문제로 걱정을 끼쳐드리고 있다. 국민께 정말 송구하다”고 밝혔다. 아들 서아무개씨의 ‘군 복무 관련 논란’에 대해 처음으로 국민 앞에 사과한 것이다. 그동안 의혹을 제기한 야당 의원에게 “소설 쓰시네”라는 식의 감정적 대응에 나섰던 것과는 달라진 태도다.
그러나 추 장관은 ‘보좌관의 병가 연장 민원’과 ‘부대 배치 변경 청탁’ 등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해명을 하지 않았다. 남편이 교통사고로 장애를 겪는 상황에서 군에 간 아들마저 무릎 수술로 평생 후유증을 안고 살까 봐 노심초사한 어머니의 마음을 전하며 “거짓과 왜곡은 영원히 가릴 수 없다”는 말로 위법 행위는 없다는 뜻을 밝혔을 뿐이다.
결국 서씨 군 복무 논란의 진실은 검찰 수사로 가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추 장관도 “그동안 말을 아껴온 이유는 법무부 장관으로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우려 때문이었다”며 “검찰은 누구도 의식하지 말고 오로지 실체적 진실을 밝히라는 국민의 명령에만 복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역시 더 이상 좌고우면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사안이 단순한 서씨 관련 수사를 8개월이나 끌면서 독립성을 의심받는 상황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검찰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로 의혹을 한점 남김없이 명명백백하게 규명하는 것만이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여야 정치권도 과도한 정치 공방을 자제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서씨 관련 의혹 제기를 검찰 개혁에 대한 저항으로 규정하고 추 장관을 무작정 감싸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건 여론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이 처음 의혹을 제기한 당직병의 실명을 적시해 “도저히 단독범이라 볼 수 없다”고 주장한 건 부적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직병이 지난 2월 <티브이조선>과 인터뷰를 해 이미 얼굴과 실명이 공개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이를 다시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티브이 출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공개재판 회부” 등 호들갑을 떠는 것 또한 지나쳐 보인다. 사실관계에 입각해 쟁점을 정확히 다투는 책임 있는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