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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집단휴진 끝내면서 사과 한마디 없는 의사단체

등록 2020-09-07 18:26수정 2020-09-08 02:44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 별관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날 이 시험의 응시율이 14%에 그쳤지만 예정대로 시험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 별관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날 이 시험의 응시율이 14%에 그쳤지만 예정대로 시험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정부·여당과 대한의사협회(의협)의 합의도 무시한 채 집단휴진을 이어가던 전공의들이 8일부터 진료 현장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오후 전체 전공의 대상의 간담회에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8일 오전 7시부터 단체행동을 1단계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1단계는 업무에 복귀하되 병원별 비대위는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강경파들이 여전히 집단행동 중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진료 현장의 혼란이 당분간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대전협은 업무 복귀 방침을 발표하면서 지난달 7일 첫 집단휴진에 들어간 뒤 한달 넘게 이어진 의료 파행에 대해 한마디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의협도 마찬가지다. 집단휴진 기간 동안 응급환자들이 의사가 있는 응급실을 찾지 못해 목숨을 잃는 일까지 벌어졌는데도 말이다. 대전협과 의협은 사과 대신 국가고시 응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을 구제하지 않으면 또다시 집단행동에 들어가겠다고 엄포를 놨다. 환자와 국민에게 끼친 막대한 피해에 대해 아무런 반성도 없는 의사단체들의 행태에 할 말을 잃게 된다. 그나마 수술 연기 등으로 고통을 받아온 환자들이 이제라도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 점을 위안으로 삼아야 하는 게 착잡할 뿐이다. 의사단체들은 그간의 의료 공백이 빚은 후유증을 최대한 줄이면서 환자들이 차질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대전협과 의협은 현장 복귀 조건으로 국가고시 실기시험 응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의 구제를 내걸었다. 정부는 한번 연장한 응시 기회를 또다시 주는 건 다른 국가고시와의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의사단체들의 막무가내식 떼쓰기가 어처구니없지만, 정부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풀기 바란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극한 갈등이 봉합된 국면에서 정부는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논의를 제대로 시작해야 한다. 정부가 지난 7월 내놓은 공공의료 강화안은 지역 의료 인프라 구축 등의 대책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를 구성하면 지역의료 지원책 개발, 전공의 수련 과정 개선, 의료 전달체계 확립 등 합의안에 담긴 주요 의제를 신속히, 그리고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것이다. 의사단체들도 더이상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해서는 안 된다.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합리적이면서 건설적인 대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와 의협이 만들기로 한 협의체에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될 통로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시민은 건강보험 재정을 떠받치고 있는 의료 정책의 주체이면서 의료 서비스를 받는 대상이다. 시민을 소외시키는 협의체는 의사단체 등 특정 이익집단의 의사만 과대 대표할 위험이 크다. 정부와 의협은 협의체에 시민들의 충분한 참여를 보장하고 협의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는 공공의료 강화 방안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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