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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문 대통령 대선 득표율’ 들어 ‘원전 폐쇄’ 비난한 감사원장

등록 2020-07-26 20:11수정 2020-07-27 09:22

최재형 감사원장이 지난달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형 감사원장이 지난달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에 대해 감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최재형 감사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을 거론하며 정부의 월성 1호기 폐쇄 결정을 비난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감사원장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다. 감사원장 스스로 감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6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송갑석 민주당 의원이 2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최재형 원장이 감사원 감사위원회의 직권심리 중에 한 발언이라고 소개한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고 밝혔다. 앞서 송 의원은 “최재형 감사원장이 ‘대선에서 41%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 과제가 국민의 합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느냐’ ‘대통령이 시킨다고 다 하느냐’는 등 국정 과제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백 전 장관은 지난 4월9일 열린 감사원 감사위원회의 직권심리에 피감사인으로 출석했다. 백 전 장관은 “최 원장의 발언에 귀를 의심했을 정도로 경악했고, 직권심리에 참석했던 공무원들도 ‘어떻게 보면 민주주의에 대한 도발적 언사’라는 시각을 보였다”고 털어놨다.

최 원장은 그동안 월성 1호기 감사와 관련해 석연찮은 언행을 여러 차례 보였다. 최 원장은 직권심리 이후 이례적으로 3일 연속 감사위원회를 열어 4·15 총선 직전 감사 결과를 확정하려 했으나, 감사위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러자 4월20일 감사를 맡아온 담당 국장을 전격 교체했다. 당시 최 원장은 “정부의 중요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때도 있는 것”이라며 “원장인 내가 사냥개처럼 달려들려 하고 여러분이 뒤에서 줄을 잡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이를 크게 보도하면서 최 원장을 추켜올렸다.

또 감사원 감사를 받은 한수원 사외이사들이 강압적 조사를 받았다고 반발하는 일도 있었다. 급기야 탈핵시민행동과 탈핵에너지교수모임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9일 성명을 내어 “월성 1호기 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원의 부당하고 인권침해적 감사 과정에 대해 국정감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감사원장의 불법적이고 부당한 개입과 지시가 있었는지도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수원이 2018년 6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한 것은 박근혜 정부 때 내려진 수명 연장 허가의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었다.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국내 최고령 원전인 월성 1호기는 박근혜 정부가 2015년 2월 무리하게 수명 연장을 하지 않았다면 진작 폐쇄됐을 것이다. 또 원전 폐쇄 여부 결정은 경제성뿐 아니라 안전성과 환경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월성 1호기에 ‘영구 정지’ 결정을 내린 것도 2015년 6월 재가동 뒤에 안전 사고가 끊임 없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최 원장이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짜맞추기식으로 감사를 몰아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감사 과정이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으면 결과가 나와도 신뢰는커녕 정치적 논란만 부를 것이라는 점을 최 원장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 관련 기사 : “대선 때 41% 지지받은 정부가…” 감사원장, 탈원전 정책 폄훼

▶ 관련 기사 : 월성 1호기 감사 밀어붙인 감사원장…“결과 예단하는 듯한 느낌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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