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차별금지법과 평등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들은 성명문 낭독을 하며 개신교 교인들에게 ‘차별과 혐오가 아닌 환대와 사랑만이 우리의 길’이라고 말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달 29일 정의당을 중심으로 국회의원 10명이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뒤 우리 사회 각계에서 법안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빠르게 커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차별금지법에 가장 완고하게 반대해온 기독교계 내부에서도 집단적인 지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교계 전체로 놓고 보면 아직 부분적인 움직임이지만, 기독교계가 14년에 걸친 입법 추진을 번번이 좌절시켜온 장본인임을 생각하면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 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들’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날 발표한 성명에는 개신교와 천주교, 성공회 등 110개 단체와 교회, 1384명의 개인이 참여했다. 이들은 “그리스도교 역사는 사랑의 역사”라며 “타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일관되게 반대했다”고 짚었다.
이에 앞서 20일에는 81개 기독교계 단체가 같은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으며, 이달 초에는 한국기독교장로회가 교단 차원에서 차별금지법 지지를 천명했다. 그동안 소수 기독교인이 꾸준히 내온 개별적인 지지 목소리가 쌓여 큰 흐름을 형성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개신교 최대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비롯해 근본주의 성향의 기독교인들은 여전히 차별금지법을 ‘동성애 보호법’이나 ‘동성애 반대자 처벌법’이라고 부르며 법 제정을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과대망상이다. 차별금지법은 성별, 장애, 나이 등 23개 항목의 차별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성소수자 관련 항목을 문제 삼아 차별금지법 자체를 반대하는 건 결과적으로 모든 차별을 두둔하고 나서는 꼴이다. 나아가 약자와 소수자를 차별하고 혐오를 선동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와 질서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다.
근본주의 기독교계의 이런 행태는 일반 국민의 보편적인 인권 의식에도 크게 뒤떨어진다. 지난 3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국민 인식 조사에서 10명 가운데 9명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했고, 7명 이상이 성소수자도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기독교인들의 성명은 국회가 국민 다수를 믿고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서라는 주문이다. 미래통합당도 법안 발의를 검토한다는데, ‘성적 지향’을 빼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이다. 차별 금지조차 차별하는 법은 만들지 않느니만 못하다. 국회는 온전한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국민 뜻에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