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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차별 정당화는 예수 정신 아냐” 기독교 단체들,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등록 2020-07-22 16:36수정 2020-07-23 02:32

법 제정 불발 이유로 정치권 지목
“후퇴 없는 포괄적 법 발의해야”
근본주의 기독교인들 변화 호소도
‘그리스도인은 모든 사람을 위한 차별금지법/평등법을 지지합니다’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향해 한 시민이 우산을 집어던지며 외쳤다. “차별금지법은 악법이다.” 5분여 동안 혐오발언을 쏟아낸 그는 경찰에 연행되면서도 입을 다물지 않았다. 이를 지켜본 자캐오 대한성공회 신부는 “근본주의 기독교인들의 불안이 공격성으로 드러나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혐오와 차별이 아닌 사랑과 연대로 나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22일 오후 2시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 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들’이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들이 공개한 성명서에는 한국기독청년협의회,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등 110개 종교 단체 및 교회, 교인 1384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그동안 차별금지법 제정이 안 된 이유로 근본주의 기독교인들의 요구만 귀담아들은 정치권을 지목했다. 임보라 섬돌향린교회 목사는 “한국 기독교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달라. 차별금지법 제정 목소리를 내는 기독교인들이 이렇게 많다”며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은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용기를 내달라. 차별받는 수많은 이들이 법 제정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도중에 “민주당은 후퇴 없는 차별금지법 발의하라”고 외쳤다. 김희룡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상임대표는 “차별의 정당화는 예수의 정신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의 변화를 촉구했다. 사회적 소수자를 포용하지 못하는 교회는 사회 변화의 ‘디딤돌’이 아닌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김혜령 한국여성신학회 총무는 “기독교인들에게 호소한다. 누군가에 대한 차별을 인정하면 그나마 희망이 있지만, 일부 기독교인들은 오만해 혐오를 해도 혐오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약자들은 수많은 차별에 둘러싸여 있다. 모든 구성원에 대한 차별을 막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이후 13년 동안 6번 발의됐다 폐기되기를 반복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보수 개신교계 반대로 철회됐고 20대 국회에선 법안 발의조차 없었다. 21대 국회가 열린 뒤 장혜영 정의당 의원 등 10명이 6월29일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했다. 지난 6월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개한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8.5%가 차별금지 법제화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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