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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검찰 받아쓰기 위험 일깨운 SBS ‘조국 보도’ 중징계

등록 2020-06-23 16:09수정 2020-06-24 02:39

조국 전 법무부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 컴퓨터에서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다고 보도한 지난해 9월7일 <에스비에스> ‘8시 뉴스’ 화면 갈무리
조국 전 법무부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 컴퓨터에서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다고 보도한 지난해 9월7일 <에스비에스> ‘8시 뉴스’ 화면 갈무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22일 전체회의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씨의 업무용 컴퓨터에서 동양대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다’고 보도한 에스비에스(SBS) <8시 뉴스>에 대해 법정 제재인 ‘주의’를 의결했다. 지난 3일 방심위 산하 방송소위가 내린 결정을 확정한 것이다. 방심위는 “에스비에스가 실제 업무용 컴퓨터에 파일 형태의 직인이 있었는지 불명확한 상태에서 정확한 확인 없이 추정을 바탕으로 단정적으로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법정 제재 ‘주의’는 방송사 재허가 심사 때 감점이 반영되는 중징계다.

에스비에스가 ‘총장 직인 파일 발견’을 이른바 ‘단독’으로 보도한 지난해 9월7일은 조국 전 장관 청문회가 열리고, 검찰이 정 교수를 기소한 다음날이었다. 에스비에스는 “(검찰이) 정경심 교수를 직접 불러서 조사하는 것을 생략하고 바로 기소를 한 건데, 뭔가 밖에서는 모르는 증거를 더 갖고 있지 않겠냐는 전망이 있었습니다”라는 앵커 멘트에 이어 “검찰이 피시(PC)를 분석하다 동양대 총장의 직인이 컴퓨터 파일 형태로 피시에 저장돼 있는 걸 발견한 것으로 에스비에스 취재 결과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에스비에스의 이 보도는 사문서 위조 혐의를 받는 정 교수가 딸의 표창장을 어떻게 위조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물증으로 받아들여졌다. 에스비에스의 보도 뒤 많은 언론들이 정 교수의 표창장 위조를 기정사실화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기소 당시 검찰은 정 교수가 제출한 업무용 컴퓨터에서 총장 직인 파일을 찾아내지 못했다. 오히려 에스비에스 보도 뒤인 9월10일 임의제출 형식으로 받은 강사 휴게실 컴퓨터에서 정 교수 아들의 상장 파일과 이 파일에서 총장 직인만 잘라내 별도로 저장한 파일을 발견한다. 검찰이 사흘 뒤에 다른 컴퓨터에서 찾아낸 표창장 파일을 에스비에스가 그 전에 “검찰이 발견했다”고 보도하는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이를 근거로 검찰은 공소장 변경을 시도했으나 법원이 불허해 12월18일 별도로 기소해야 했다. 검찰이 추정하는 내용을 에스비에스 기자에게 알려주자 이를 확인하지 않고 보도한 게 아닌가 의심된다.

방심위의 이번 제재는 검찰의 입에 의존하는 취재 관행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평가된다. 검찰 취재는 수사 관련 정보를 전적으로 검사가 쥐고 있다 보니, 검찰이 의도를 갖고 흘린 기사를 언론이 확인 없이 내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런 보도는 ‘논두렁 시계’로 상징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보도 등에서 보았듯이 불공정 보도 시비에 휘말리곤 한다. 더 늦기 전에 언론은 수사 단계의 확정되지 않은 정보를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대서특필하는 관행을 끊어내야 한다. 아울러 피고인의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하는 재판 보도를 좀 더 충실히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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