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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양창수 심의위원장, ‘이재용 사건’에서 손 떼야

등록 2020-06-14 18:31수정 2020-06-15 02:41

양창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이 대법관 후보 시절이던 지난 2008년 9월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를 들으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양창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이 대법관 후보 시절이던 지난 2008년 9월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를 들으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에 대한 기소 여부를 다룰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양창수 위원장이 적격성 논란에 휩싸였다. 대법관 재직 시절 이건희 회장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사건에서 무죄 판결 쪽에 선 것이 입길에 오른 데 더해, 최근엔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을 두둔하는 글을 신문에 발표한 일로 더 큰 논란을 빚고 있다. 양 위원장 스스로 이 사건에서 손을 떼는 것 말고 선택지가 없다고 본다.

논란이 된 글은 양 위원장이 지난달 22일 <매일경제>에 기고한 것이다. 양 위원장은 이 글에서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관련해 “아버지가 기업지배권을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범죄가 아닌 방도를 취한 것에 대하여 승계자가 공개적으로 사죄를 해야 하는가”라며 “혹 불법한 방도라고 하더라도, 그 행위의 당사자도 아닌데 거기서 이익을 얻었다는 것으로 자식이 사과를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교묘하기 이를 데 없는 언술이다.

양 위원장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은 수동적인 존재라고 간주하면서, 그의 무죄를 단언한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안에는 이번에 수사심의위에 오른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의 분식회계 등 불법행위까지 포함돼 있다는 건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 과정이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다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양 위원장의 주장은 사건의 선후관계를 교묘하게 비튼 왜곡이다.

시민의 상식으로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수사심의위의 수장이라면 해당 사건에 대해 사소한 예단도 가져서는 안 된다. 하지만 양 위원장의 글은 이 부회장과 삼성의 법률 대리인이 쓴 변론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가 기고한 시점이 이 부회장의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 전이었다는 건, 엄정한 심의를 위해 그나마 다행이다.

양 위원장이 무죄 의견을 냈던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과 이번 수사심의위 사건은 삼성 경영권 승계의 연속선상에 있다. 그런 이유만으로도 그는 사건을 맡지 않는 게 마땅하다. 더구나 그는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동문이며, 그의 처남은 삼성서울병원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심의위 운영 지침에는 이런 경우 ‘회피’를 신청할 수 있게 돼 있다. 수사심의위 전체의 신뢰가 걸린 문제인 만큼 책임자다운 선택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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