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이 낸 한-미 방위비분담금 중 134억원이 주일미군 F-35 전투기, 탐색구조헬기인 HH-60 정비 등에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 국민 세금인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을 이렇게 사용하는 것은 관련 법규는 물론 상식에도 어긋난다.
국방부는 26일 “한반도 바깥에 주둔하는 영외 미군장비 지원은 유사시 한반도에 증원되는 전력을 대상으로 이뤄지므로 궁극적으로 우리 안보에 기여하는 활동”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당 장비 정비도 대한항공 등 우리 기업이 모두 맡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방부 설명은 군사작전 관점에서만 좁게 본 것이다.
지난해 2월 맺은 제10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제1조에는 “대한민국은 이 협정의 유효기간 동안 주한미군지위협정 제5조와 관련된 특별조치로서 주한미군의 주둔에 관련되는 경비의 일부를 부담한다”고 명시돼 있다. ‘주한미군 주둔경비 분담’이란 용도가 분명하다. 미국은 제10차 협정 때부터 한반도 바깥 전략무기의 전개 비용을 한국이 분담하라는 요구를 해왔다. 이에 대해 원칙적으로 방위비분담협정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우리 정부의 일관된 태도였다.
1991년 제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이후 지금까지 한국은 방위비분담금 약 16조2767억원을 미국에 냈다. 한국 정부가 이 돈을 예산으로 지급했지만, 감사원은 결산심사나 회계감사를 한번도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주일미군이 지난해 방위비분담금 1조389억원 가운데 134억원을 사용했다. 납세자인 국민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일본도 주일미군 방위비를 분담하고 있다. 2019년 미 의회 조사국 보고서를 보면, 일본의 방위비 분담률은 74.5%다. 주일미군이 일본과 한국 양쪽에서 돈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현재 진행 중인 제11차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증액 규모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무리한 요구 탓이다. 이번 협상에서 우리 정부는 주일미군 전용 등을 관행이라고 넘기지 말고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