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왼쪽) 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가 1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7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 협상을 시작하기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외교부 제공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한-미는 17일부터 사흘간 미국에서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7차 회의를 열었지만 양쪽의 간극만 확인한 채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한국에 일방적으로 양보를 강요하는 미국의 강압적 협상 태도 탓이 크다고 할 수밖에 없다.
우선, 미국이 요구하는 분담금 액수가 터무니없이 높다. 미국이 기존의 50억달러에서 후퇴해 40억달러를 요구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한국의 분담금 증액안과는 차이가 크다. 한국은 지난해 분담금(1조389억원)에서 10%가량을 인상한 액수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0%만 해도 물가상승률 등을 따져보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미국이 분담금 액수를 상식에 맞게 낮추지 않는 한, 타결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런 사정 때문에 한국은 이번 7차 회의에서 주한미군의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를 먼저 타결하자고 제안했다. 지난해 타결한 분담금 내에서 일단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를 먼저 지원하고 이후 협상이 최종 타결되면 새 내용을 반영하자는 제안이다. 하지만 미국은 ‘포괄적인 분담금 협정을 맺는 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한국의 제안을 거부하면서, 4월1일부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을 강행하겠다는 압박을 거두지 않고 있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한국인 근로자를 볼모로 삼겠다는 뜻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조는 20일 미국의 무급휴직 조처는 “한-미 동맹의 정신을 훼손하는 역사의 오점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며 철회를 요구했다. 무급휴직을 강행하면 출근투쟁으로 맞서겠다는 다짐도 했다. 미국이 한-미 동맹의 가치를 진실로 소중히 생각하고 있다면 한국인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해선 안 된다.
분담금 협상이 이렇게 길어지고 무급휴직까지 눈앞에 두게 된 것은 미국의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요구 탓임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미국은 한국이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해 협상이 어려움에 빠졌다며 한국에 책임을 돌렸다. 이런 책임 떠넘기기는 협상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미국은 분담금 협정이 당장 어렵다면 ‘근로자 인건비 우선 타결’에라도 성의를 보여야 한다. 정부는 미국이 합리적인 자세로 협상에 나오도록, ‘국익 최우선’ 원칙 위에서 협상의 기술을 발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