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경제·금융 상황 특별 점검회의'를 주재 하며 메르스, 사스와는 비교가 안되는 비상경제시국으로 규정했다. 왼쪽은 노영민 비서실장. 이날 회의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이주열 한은 총재, 성윤모 산자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경제·금융 상황 특별점검회의’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경제가 큰 충격을 받는 현 상황을 메르스·사스와는 비교가 안 되는 ‘비상경제 시국’으로 규정하고, 전례 없는 대책을 최선을 다해 만들라고 지시했다. 주가 폭락 등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피해가 급증하며 공포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엄중한 인식과 함께 정부에 총력 대응을 주문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당정청이 사태 해결 때까지 위기의식을 공유하며 긴밀하게 협력하는 게 무엇보다 긴요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회의 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과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16일부터 6개월간 공매도 전면 금지, 상장사의 자사주 취득 한도 확대 등 안정책을 발표했다. 한은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준비하며 긴밀한 공조에 나섰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정도 인하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한때 주가가 8% 이상 폭락하며 거래가 중지됐던 코스피 시장은 낙폭을 크게 줄이며 3%대 하락으로 마쳤다. 코스닥도 낙폭을 13%에서 7%로 줄였다. 하루 이틀 상황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금물이지만,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컨트롤타워 역할에 대해 시장이 기대감을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은 정부의 안이한 상황 인식과 정책 대응이 증시 폭락의 기폭제가 됐다는 점에서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무런 사전 논의 없이 유럽과의 통행을 30일간 전면 차단해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또 급여세 감세안은 공화당이 반대하고 민주당이 독자 대책을 추진하는 등 난맥상을 드러냈다. 유럽중앙은행도 금리 인하 없이 양적완화 조처만 내놓아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문 대통령은 이날 홍 부총리에게 “지금까지도 잘해왔으니 앞으로도 잘해달라”며 신임을 재확인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경 규모를 6조원 이상 확대하려는 것에 홍남기 부총리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마찰을 빚은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앞서 이해찬 대표는 홍 부총리를 향해 “이렇게 소극적으로 나오면 나라도 물러나라고 할 수 있다”며 강하게 질책했고, 홍 부총리는 이례적으로 페이스북을 통해 “(내가)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으로 비칠까 걱정”이라고 반발해 당정 간에 엇박자 우려를 낳았다.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챙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은 과감한 추경과 금리 인하 등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야 할 비상시국이다. 대한상의도 추경 40조원 확대 제안에 이어 금리 인하와 특별연장근로 인가 확대 등 30가지를 긴급 건의했다. 미국과 유럽 등 각국 정부도 금리 인하, 양적완화, 기업 지원 등 다양한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미래통합당 등 야당도 추경을 ‘총선용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는 정략적 태도에서 벗어나, 초당적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