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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와 ‘재판’은 별개다

등록 2020-03-12 18:01수정 2020-03-13 02:09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6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6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감시위)가 1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불법 경영권 승계 문제와 무노조 경영에 대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라고 권고했고, 삼성 쪽이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부회장의 솔직한 사과와 이를 뒷받침할 후속 실행 조처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감시위도 지적했듯 삼성 문제의 핵심이자 뿌리는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승계 과정에 얽힌 불법행위다. 유죄 선고를 받은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분식회계) 증거인멸 사건의 근본 배경이 바로 승계 문제였다. 검찰 수사 중인 삼성바이오 회계사기와 삼성물산 합병 의혹 사건도 같은 맥락에 들어 있다. 경영권 승계의 주요 실마리였던 2015년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는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에게 큰 피해까지 끼쳤다. 이와 관련된 소송도 제기돼 있다. 사과의 말 한마디로 끝낼 사안이 아니다. 피해 구제라는 실행으로 진정성을 증명해야 한다. 노조파괴, 위장폐업 따위 갖가지 물의를 빚은 무노조 경영 방침도 말끔히 털어내야 함은 물론이다.

사회적 물의를 빚을 때마다 ‘실망시켜 죄송하다’거나 ‘심려 끼쳐 송구하다’ 식의 모호한 사과 뜻을 밝히고 시일이 지나면 흐지부지되곤 했던 과거 행태에서 이젠 벗어나야 한다. 솔직한 잘못 인정에 이어 책임자 처벌, 피해 구제, 재발 방지 대책의 마련과 실행으로 이어가기를 바란다.

그런 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의혹에 연루된 이 회사 김태한 대표가 올해 주총에서 연임에 나서고 있는 점은 유감이다. 삼성에스디에스(SDS)·에스디아이(SDI) 사외이사 후보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비율에 문제가 없다’거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가 적법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사법당국에 제출한 대학교수들이 포함돼 있다는 점도 의아하다. 승계 문제에 대한 사과 방침과 어긋난다. 재고하길 바란다.

아울러 경영권 승계나 무노조 경영에 대한 사과와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은 무관한 사안임을 거듭 강조한다. 감시위의 권고 이전에 이미 반성, 사과, 교정이 이뤄졌어야 할 사안이었다.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선 과거 잘못에 대해 법리로 판단해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다. 감시위 활동과 이에 대한 삼성 쪽의 화답이 감형의 사유로 활용되는 것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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