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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감염병 첫 경고 의사 죽음에서 중국 정부가 새겨야 할 것

등록 2020-02-07 18:25수정 2020-02-08 02:3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 알린 중국 우한시 중심병원의 의사 리원량. 연합뉴스 2020.2.7 [리원량 웨이보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 알린 중국 우한시 중심병원의 의사 리원량. 연합뉴스 2020.2.7 [리원량 웨이보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존재와 위험성을 처음 외부에 알렸다가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중국 정부의 탄압을 받은 의사 리원량이 7일 새벽 숨을 거뒀다. 환자를 진료하다 감염돼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고 한다. 의사로서 당당히 진실을 말하고 끝까지 직분을 다하다 목숨을 잃은 그의 용기와 책임감에 경의를 표한다.

의사 리원량은 의로운 내부고발자였다. 그는 감염증 발병 초기인 지난해 12월30일 동료 의사들과의 온라인 단체대화방에 “화난 수산물도매시장에서 사스 의심 환자가 발생했다”며 “진료할 때 보호장비를 착용할 것”을 권고했다. 대화방 글은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전파되며 신종 코로나의 위험성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동료 의사들도 마스크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사회 혼란 우려 등을 이유로 감염병의 발생과 확산 사실을 감추고 축소하는 데만 급급했다. 공안당국은 그를 유언비어 유포자로 지목하고 소환해 “거짓 정보를 퍼뜨려 사회질서를 해쳤다”는 내용의 반성문을 쓰게 하는 등 침묵을 강요했다.

리원량의 경고가 현실이 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이 낮다”며 사태 축소에만 힘을 쏟는 사이, 감염병은 사람을 통해 급속히 퍼져 나갔다. 리원량도 당시 정부 지침대로 보호장비 없이 진료하다 감염됐다. 결국 중국 정부는 1월21일 신종 코로나의 ‘사람 간 전염’을 인정하고 이틀 뒤엔 우한 지역에 봉쇄령을 내렸다. 바이러스가 중국 전역을 넘어 이미 전세계로 퍼져나간 뒤였다. 발병 초기에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축소·은폐에 급급하는 바람에 감염병 통제의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것이다.

중국은 2002~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창궐했을 때도 관련 정보를 축소·은폐하고 늑장 대응하다 사태를 키운 전례가 있다. 당시의 뼈아픈 실패 경험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건 안타까운 일이다.

리원량은 입원 중 언론 인터뷰에서 “건강한 사회에서는 한목소리만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사회 혼란 방지’를 이유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통제하려는 행동이야말로 감염병 창궐에 가장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중국 정부는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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