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국제항공사 소속 보잉 737-800 여객기가 지난 8일(현지시각)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공항을 이륙한 직후 추락한 뒤, 구조팀이 사고 현장을 돌아보고 있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이 여객기가 이란의 미사일을 맞아 격추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테헤란/IRNA AFP 연합뉴스 2020-01-10
지난 8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 공항 부근에서 추락해 탑승자 176명 전원이 숨진 우크라이나 여객기 사고가 이란의 미사일 발사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실이라면 고의든 실수든 민간 여객기를 미사일로 격추시켰다는 점에서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란 정부와 국제 항공당국은 사건 진상을 한점 의혹 없이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은 애초 기계 고장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으나, <뉴욕 타임스>가 9일 여객기의 사고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미사일 피격에 의한 추락’ 가능성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이 동영상엔 어두운 밤하늘에 미사일로 보이는 물체가 여객기에 부딪치며 섬광이 번쩍이는 장면이 담겨 있다. <뉴욕 타임스>는 “영상은 테헤란 공항 부근 상공에서 찍혔으며, 그곳은 추락한 여객기의 교신이 끊긴 지점”이라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이 보유한 지대공 미사일에 우발적으로 피격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다른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란 정부는 “이란을 겨냥한 심리전”이라고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동영상을 비롯해 자국민 승객이 숨진 캐나다·영국 정부의 반응을 보면, 미사일 피격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이 사고는 8일 새벽 이란의 기습적인 이라크 미군기지 미사일 공격 5시간 만에 일어났다. 당시 미국과 이란 간에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었으니, 이란군이 테헤란 공항을 막 이륙한 여객기를 미군의 반격으로 오인했을 수 있다. 설령 그렇더라도 170여명의 무고한 인명을 숨지게 한 사건의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진실을 정확히 밝히는 것이 최선의 길임을 이란 정부는 알아야 한다.
이란은 캐나다·영국뿐 아니라 적대국인 미국의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와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의 사고조사 동참도 허용한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이 수긍할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 결과를 내놓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조처다. 그러나 참사 현장에서 회수한 비행기록장치(블랙박스)는 “미국에 넘기지 않겠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이란은 조사팀이 어떠한 자료나 증거물에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지원해야 한다.
이번 참사는 이란 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가 제3국 민간인의 생명과 안전을 어떻게 위협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