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회계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가 지난 14일 오후 증거인멸에 대한 사과 뜻을 담은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분식회계 사실 자체를 강력 부인해왔던 기존의 태도와 달라 이채롭다. 입장문에 ‘증거인멸’이란 표현까지 명시하고 “준법경영을 실천하겠다”고 덧붙여 범죄 혐의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리 수사 도중 주요 혐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는 점만으로도 이례적이다.
삼성바이오의 사과 표명이 일부 잘못에 대해서라도 시인을 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도 성실한 자세로 적극 협조해서 진상이 신속히 확인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대목에도 주목한다.
다만, 짚고 넘어갈 대목이 있다. 먼저 사과의 주체가 사건의 ‘본류’가 아닌 ‘지류’라는 점이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은 초기부터 지적됐듯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승계 작업과 얽혀 있고 그 실행 주역은 삼성그룹의 지휘소인 미래전략실(현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이었다. 삼성바이오 공장의 바닥을 뜯어내고 서버와 노트북을 숨기는 ‘증거인멸’ 행위 또한 사업지원티에프(TF)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사과의 주체는 삼성바이오라기보다는 오히려 사업지원티에프 쪽이어야 마땅하다.
사과 메시지를 낸 시점도 뒷말을 낳을 법하다. ‘삼성의 2인자’로 꼽히는 정현호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 11일 검찰 조사를 받아 이재용 부회장도 곧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점쳐지는 때다. 삼성전자가 휴일인 16일 이례적으로 ‘이재용 부회장,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전략 행보 가속화’라는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한 것과 더불어 검찰 소환을 앞둔 여론 달래기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삼성 쪽이 사과의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준법경영을 하고,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행동으로 옮기는 수밖에 없다. 적어도 해명을 거짓으로 하는 일만큼은 없어야 한다. 삼성바이오 회계기준 변경에 대한 거짓 해명 같은 사례가 반복돼선 곤란하다. 회계를 조작한 것도 모자라 그 증거를 감추거나 없애는 시도를 하고, 해명마저 제대로 하지 않는 상태에서 내놓는 이 부회장의 ‘전략 행보’ 가속화 같은 참고자료는 ‘홍보 전략’이란 의심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