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상태를 이어가던 미세먼지 농도가 다소 낮아졌다. 그러나 안도할 일은 아니다. 봄을 맞아 기온이 계속 오르면 3월 초의 상황이 재현되지 않으리라 안심하기 힘들다. 정부는 세밀하면서도 과감한 단기 대책과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중장기 대책을 동시에 밀고 나가야 한다.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기 위한 국민의 자발적 협조도 정책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의 정확한 이해가 필요한데, 일부 정치권과 언론이 오히려 왜곡된 정보와 정치 논리를 집요하게 퍼뜨리고 있다. 여론을 오도하면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할 뿐이다.
탈원전과 석탄발전 증가가 미세먼지 악화의 핵심 원인이라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사실관계부터 엉터리다. ‘원전 제로’는 정부 계획대로라도 60년 뒤의 일이다. 원전 설비용량은 11년 뒤부터 줄게 되고, 현 정부에선 오히려 늘었다. 반대로 석탄발전소 미세먼지 배출량은 줄었다.
‘원전 청정에너지론’도 단골로 등장한다. 원전이 먼지를 배출하지 않는 건 맞다. 하지만, 단 한번의 사고가 곧바로 거대한 재앙으로 이어지는 원전 건설을 미세먼지 대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실내 환기를 하려고 불타는 태양 앞에서 창문을 열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부가 안전기준을 높여 원전 발전량을 줄인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더욱 어처구니없다. 부실공사 흔적이 무더기로 발견되는 바람에 원전 총 정비일수가 늘어난 걸 문제 삼는 것이야말로 원전 기득권 세력의 안전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가 대북정책에 끼칠 영향을 우려해 중국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미세먼지에까지 ‘색깔론’을 씌우는 이들에게 과연 이 사안을 해결할 의지는 있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재와 미래 세대의 생존이 걸린 문제에서 더는 혹세무민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