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세종로 네거리에서 미세먼지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지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6일로 수도권과 충남북 지역에 엿새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걱정과 불안을 넘어 공포를 느끼게 하는 재난적 상황이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6일간 비상한 조처를 했다는 뜻인데, 왜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악화일로인지 국민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5일 민간 차량에 대한 2부제 시행 가능성을 내비쳤다. 아직은 검토 수준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고농도 미세먼지가 지금처럼 계속되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지대한 위협이 되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대기 질이 개선되는 걸 국민이 신속하게 체감하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전체 미세먼지 배출원 가운데 자동차가 25%를 차지한다. 난방·발전(39%) 다음으로 크다. 총중량 2.5t 이상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제한만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전면적인 차량 2부제의 신속한 효과는 이미 멕시코 등에서 입증된 바 있다.
지난해 6월 서울연구원이 조사한 결과, 시민 10명 가운데 8명이 더 강력한 차량 운행 제한을 요구했다. 최근엔 더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 차량 2부제는 시민의 참여로 미세먼지가 줄어드는 효능감을 줌으로써, 일상생활의 변화를 유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장애인 등 이동권 약자와 생계형 차량 운행자 등에 대한 세심한 보완책 마련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여야가 6일 미세먼지를 국가재난사태에 포함하는 등의 미세먼지 관련 법안을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일괄 처리하기로 했다. 국민의 문제의식이 높아진 지금이야말로 미세먼지 정책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기회다. 이참에 민간 차량 2부제에 대한 법률적 근거 마련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바란다. 발전시설이나 민간 사업장의 미세먼지 감축 의무 역시 크게 강화해야 한다.
일선 학교에 공기청정기를 보급하고 저소득층에 마스크를 지급하기로 한 정부 결정은 적절했다고 본다. 미세먼지 같은 환경적 재난은 사회적 약자에게 훨씬 가혹하다. 원인 제공자와 실제 피해자가 다른 것도 특징이다. 원인 제공자에게 경제적 책임을 부과해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공공적 접근을 확대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과 인공강우를 공동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중국의 앞선 기술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효과는 아직 확실히 검증되지 않았지만, 서해 상공에서 실험을 한다면 국외 미세먼지의 유입 정도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호흡 공동체’인 중국과 실질적인 협력을 해나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최근 상황을 이유로 어떻게든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흠집을 내려는 일부 정치권과 언론의 행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원전 발전량이 늘었는데, 탈원전 정책 때문에 미세먼지가 악화했다는 엉터리 주장은 미세먼지 해결을 오히려 어렵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