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관계자들이 25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유치원3법과 정부의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반대 총궐기대회를 열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25일 정부 정책에 반대해 석달 만에 또다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주최 쪽 추산 3만명(경찰 추산 1만1천명)이 참여한 집회에선 ‘좌파들의 유치원 장악’ ‘교육사회주의’ 같은 발언들이 쏟아졌다.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에 ‘색깔’ 딱지를 붙여대는 이들이 유아교육자로서 자격이 있나, 귀를 의심케 한다.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은 대회사에서 “전교조를 통해 초·중·고·대학교를 지배한 좌파들이 유치원을 장악해 어릴 때부터 사회주의형 인간을 만들려고 한다” “교육부의 관료주의와 좌파들의 교육사회주의가 야합하여 오늘의 사립유치원 문제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이들을 부추기는 듯한 무책임한 정치인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무장공비 토벌도 이렇게 하진 않는다”고 정부를 겨냥했다.
한유총은 교육부 시행령을 철회하라는 요구가 ‘죽어가는 유치원들의 호소’라지만, 새 학기를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협박’의 성격이 짙다. 정부는 3월1일부터 원아 200명 이상 유치원에 국가관리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 적용을 의무화했다. 내년부터는 모든 유치원이 대상이다.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정원 및 학급 감축과 교사처우개선비 축소 등 조치가 내려진다. 이미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한사협),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전사연) 같은 단체는 에듀파인 수용을 선언했다. 입지가 좁아진 한유총이 ‘색깔론’을 꺼내 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번 집회는 국민 비판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에듀파인 도입 거부를 전면에 내세우진 않았지만, 참여자들 사이에선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교육기관의 회계 투명성을 보장할 최소한의 장치인 에듀파인에 대해 한유총은 국가 세금이 들어가는 곳에서나 쓰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전국의 사립 초·중·고에서 다 쓰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의 시설사용료 지급 요구 또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사설학원임을 인정해달라는 노골적 주장에 다름 아니다. 대형 유치원을 몇개씩 지어놓고 여기저기서 쌈짓돈처럼 써온 이들이라면 위기의식이 클지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유아교육에 헌신해온 대다수 유치원 원장들까지 욕보여선 안 된다. 이런 식의 대응이 국민 공감을 얻기는커녕 분노만 더 키울 뿐이란 사실을 한유총만 모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