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치하는엄마들이 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유치원 3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유치원 3법’의 국회 연내 합의 처리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다. 26일 국회 교육위원회가 논의를 하루 더 연장하기로 했지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상정만 남은 분위기다. 지난 10월 감사에 적발된 유치원 실명이 공개된 뒤 터져나온 국민들의 분노와, 이런 비리를 막아달라는 간절한 요구를 국회는 끝내 외면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사사건건 발목잡기와 시간끌기를 해온 자유한국당엔 국민이 안중에 있는지 묻고 싶다.
국민들의 요구는 간단하고 상식적인 것이다. 투명한 회계를 하라는 것, 교육비는 교육에만 쓰라는 것, 어긴 이들은 엄벌하라는 것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은 이를 가능케 할 ‘최소한’의 장치로 여겨졌다. 사실 바른미래당의 중재안은 횡령죄 적용이 가능하도록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빼고 형사처벌 수위도 낮추는 등 후퇴한 부분이 적잖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은 지원금과 학부모 원비를 분리하는 이중회계 적용과 형사처벌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말로는 학부모 감시에 맡기자지만, 사실상 원비의 교육비외 사용을 용인해주자는 것에 다름아니다.
심지어 자유한국당은 유치원3법을 패스트트랙에 상정하려는 움직임까지 비판하고 있다. 처음엔 자신들의 법안을 내겠다며 시간을 끌고 얼마 전엔 교육부의 시행령 발표에 반발하더니, 그 뻔뻔함에 어이가 없다. ‘여야 합의처리’가 최선임을 부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게다가 패스트트랙 안건이 되더라도 본회의 상정까지는 최장 330일이 걸릴 수 있다. 바른미래당 중재안엔 형사처벌 1년 유예까지 있으니 사실상 2년 뒤에나 법이 효력을 지닐 수 있게 된다. 분명한 건, 이번에 법안이 상정되지 않으면 유치원의 공공성 확보는 기약 없이 밀리게 될 것이란 점이다.
수십년간 사립유치원의 비리가 가능했던 데엔 행정당국의 느슨한 감독과 법·제도의 미비가 큰 몫을 차지했다. 2018년 마지막 본회의날, 제 몫을 하는 국회의 모습을 볼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