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5천억원 규모의 ‘고의적 분식회계’가 드러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한국거래소가 10일 ‘상장 유지’ 결정을 내린 것은 주식시장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해야 할 책무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중대한 위법행위를 저질러도 규모가 크면 살아남는다는 또 하나의 ‘대마불사’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삼성바이오가 경영 투명성에 일부 미흡한 점이 있으나, 기업 계속성과 재무 안정성에 큰 우려가 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4조5천억원 규모의 고의적 분식회계가 ‘일부 미흡’이라니, 한마디로 ‘형용 모순’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일부 미흡’이 아니라 경영 투명성이 ‘아예 없다’고 말하는 게 타당하다.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와 상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분식회계를 하지 않았으면 상장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을 테니, 중대한 결격 사유로 보는 게 맞다.
한국거래소는 단 한차례 회의만 열었는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신속한 결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 주식은 삼성물산이 43%, 삼성전자가 32%를 보유하고 있다. 개인투자자가 아니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을 보호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개인투자자 8만명 중 상당수는 대박을 노리고 위험한 투자를 했다. 삼성바이오에 대한 중징계가 오래전부터 예상됐는데도 금융당국이 고의적 분식회계 결론을 내리기 직전까지 주식을 사들였다. “설마 상장 폐지를 하겠느냐”는 판단을 하고 베팅을 한 것이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는 한국거래소의 상장 유지 결정으로 거래가 재개된 11일 주가가 18%나 급등했다. ‘투자자 보호’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주식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500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한국거래소가 단호히 대응했어야 한다. 회계부정을 뿌리 뽑는 게 진정한 투자자 보호다.
일부에선 한국거래소의 이번 결정을 들어 마치 금융당국의 판단이 틀린 것처럼 오도하고 있다. 가당찮은 주장이다. 상장 폐지를 피했다고 해서 고의적 분식회계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분식회계가 드러나 상장 적격성 유무를 심사받은 것일 뿐, 상장 유지 결정이 회계부정에 면죄부를 준 것은 결코 아니다.
삼성바이오 회계부정의 핵심은, 이재용 부회장의 후계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을 사후에 합리화하려고 분식회계를 저지른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금융당국은 더이상 뜸 들이지 말고 삼성물산에 대한 특별감리에 바로 착수해야 한다. 또한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의혹의 전모를 밝혀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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