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여 5당 원내대표와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5일 청와대에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를 열어, 경제·민생 상황의 엄중함에 인식을 같이하고 국민 삶을 개선하기 위한 입법과 예산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회의 뒤 12개 항의 합의문을 발표하고 실천을 약속했는데, 이 약속을 꼭 지키길 국민과 함께 기대한다.
이 회의는 지난 8월16일 청와대 회동에서 ‘생산적 협치’를 위해 분기별로 상설협의체를 열기로 한 약속을 이행한 것이지만, 그 의미는 각별하다. 무엇보다 대통령과 여야 정당 원내사령탑이 한자리에 모여 국정 상황을 공유하고, 공통의 실천 과제를 합의문에 담아서 국민 앞에 ‘초당적 실천’을 약속한 것은 새로운 정치적 실험이라 할 만하다. 당장 여야가 소상공인과 자영업,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법안 처리 및 예산 반영을 위해 모든 방안을 강구하고,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출산·육아 지원 예산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예산안 처리 때마다 반목과 대립을 거듭하며 정치 불신을 자초해온 정치권이 국민의 현실적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힘을 모으기로 의견을 같이한 걸 환영한다.
노사 간 새 협력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초당적으로 지원하고, 음주운전 처벌 강화 법안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한 부분도 기대를 모은다. 대통령과 여야가 모처럼 국민을 안심시키는 합의를 하고 협치를 실천한 것이 정치권 전체의 신뢰 회복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본다.
다만, 이번 합의가 현안을 총망라하는 선에서 선언적 의미만 담겼다는 지적은 새겨들어야 한다. 여야 5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각 당의 주요 현안을 제시했고, 이에 따라 합의문엔 각 당 입장을 적절히 절충한 듯한 내용이 다수 담겼다. 선거 연령 18살 인하 문제와 ‘비례대표성 확대’ 선거제도 개혁, 원전 정책, 방송법 개정 등은 그간 논란을 거듭해온 난제들로 꼽힌다. 또 정의당의 반대가 있었는데도 합의문에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방향으로 보완 입법을 마무리한다고 넣은 것은 정치적 타협의 모양새가 짙어 보인다.
그러나 ‘악마는 작은 데에 숨어 있다’는 말이 있다. 여야 모두 이번 합의를 빈말로 끝내지 않으려면, 실천이 중요하다.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국회 실무 논의를 추진하기로 한 만큼, 여야는 우선 실행 가능한 것부터 양보하고 타협해야 할 것이다. 당장 예산안 처리와 이견이 적은 법안 등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이런 회의를 계속 발전시켜 협치의 제도화를 이뤄내는 일도 중요하다. 합의문을 제대로 지킨다면, 대립과 반목을 되풀이해온 우리 정치가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의 바람과 시대적 과제를 담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으리라 본다. 국정상설협의체가 정치를 한 단계 성숙시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