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원장 ‘쌈짓돈’ 된 유치원 교비, 특단의 대책 필요하다

등록 2018-10-12 17:49수정 2018-10-17 10:24

‘정치하는엄마들’ 회원들이 국공립 유치원 취원율 40% 공약 이행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모습. 지난 3월 이들은 감사에 적발된 유치원 및 어린이집 명단의 정보공개청구를 하기도 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정치하는엄마들’ 회원들이 국공립 유치원 취원율 40% 공약 이행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모습. 지난 3월 이들은 감사에 적발된 유치원 및 어린이집 명단의 정보공개청구를 하기도 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유치원은 학교다. 유아교육법과 사립학교법에 분명히 명시돼 있다. 하지만 11일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5년치 감사에서 적발된 유치원들의 실명과 함께 공개한 내용에선, 원장 개인의 사업체 또는 영리학원을 방불케 하는 유치원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는 2013~2018년도 17개 시도 교육청의 유치원 대상 감사자료를 취합한 것으로, 유치원 1898곳에서 5951건이 적발됐는데 대부분 사립유치원이다. 유치원 교비를 갖고 원장의 벤츠 등 차량 3대의 유지비와 아파트 관리비, 심지어 성인용품점 구입비용으로 쓴 경우도 있었다. 종교시설에 헌금하고 유치원연합회에 수천만원을 회비로 내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사과 한쪽, 포도 2~3알 식으로 부실한 급식을 먹는데, 아이들과 교사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이 이렇게 원장 쌈짓돈처럼 쓰인 점에 학부모들의 분노와 허탈감은 말로 다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이번 자료는 연도별, 지역별로 기준과 조사 범위가 들쭉날쭉인데다, 고의적인 것부터 단순 실수까지 망라돼 있다. 명단에 올라 있다고 무조건 ‘비리 유치원’ 딱지를 붙이긴 곤란하다. 하지만 사립유치원이란 이유만으로 불투명한 회계가 제멋대로 허용되어온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런 현실에 대한 지적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도 방치된 데는 정부 탓도 크다. 정부는 그동안 사립유치원들이 행정처분을 받아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며 실명을 공개하지 않아, 학부모와 아이들의 선택권을 박탈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행정처분을 받는 어린이집의 경우 실명은 물론 원장 이름까지 공개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2월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이 대형 유치원·어린이집의 비리·부정을 적발하며 약속했던 유아교육종합정보시스템 구축 또한 흐지부지되고 있다. 핵심인 사립유치원들의 회계시스템 구축사업이 지난 2월 슬그머니 중단된 사실이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뒤늦게 드러났다. 이렇다 보니 사립유치원계의 반발을 지나치게 의식하거나 관료들이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는 것이다.

오랜 세월 국가를 대신해 사립유치원이 유아교육에 공헌한 바가 적잖다는 걸 부정하자는 게 아니다. 하지만 사립유치원은 원장의 ‘사유재산’이 아니다. 특히 2012년부터 매해 2조원의 누리과정 예산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사립유치원의 투명성 확보와 정보 공개는 미룰 수 없는 일이다. 국공립 유치원을 비롯해 사립 초·중·고교까지 모두 국가관리 회계시스템을 쓰는데, 왜 사립유치원만 예외여야 하는가. 왜 해마다 누리예산은 느는데 학부모들의 원비 부담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가.

사립유치원 쪽은 자신들을 ‘비리집단’으로 몰고 있다며 지난주 국회 토론회마저 실력 행사로 무산시켰지만, 정말 떳떳하다면 더이상 반대만 일삼아선 안 된다. 정부는 공약대로 2022년까지 국공립 유치원 취원율을 40%대로 높이는 계획을 중단 없이 추진함과 동시에, 당장 사립유치원 종합정보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오늘 윤석열 탄핵안 가결된다 [12월14일 뉴스뷰리핑] 1.

오늘 윤석열 탄핵안 가결된다 [12월14일 뉴스뷰리핑]

다시 민주주의의 시간이다 2 [박현 칼럼] 2.

다시 민주주의의 시간이다 2 [박현 칼럼]

[사설] ‘이재명 무죄’ 판사 체포하려 한 ‘법치주의 파괴’ 윤석열 3.

[사설] ‘이재명 무죄’ 판사 체포하려 한 ‘법치주의 파괴’ 윤석열

윤석열은 알면서 발뺌하나, 실제 그렇게 믿고 있나? [12월13일 뉴스뷰리핑] 4.

윤석열은 알면서 발뺌하나, 실제 그렇게 믿고 있나? [12월13일 뉴스뷰리핑]

[사설] “이번엔 탄핵해야” 시민의 함성이 역사를 만든다 5.

[사설] “이번엔 탄핵해야” 시민의 함성이 역사를 만든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