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2019년 예산안 당정협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김 부총리, 홍익표 수석대변인.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정부가 28일 국무회의를 열어 올해보다 9.7% 증가한 470조5천억원 규모의 ‘2019년 예산안’을 확정했다. 내년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상승률) 전망치 4.4%의 2배가 넘는다. 세계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적자예산을 편성한 2009년의 10.6%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슈퍼 예산’이라 할 만하다.
우리 경제가 전체적으로 활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고용 부진, 소득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려면 적극적 재정 운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정부가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올바른 선택으로 평가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재정 지출을 확대해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의 역동성을 살리며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을 보면, 정부는 보건·복지·노동 분야에 162조2천억원을 배정했다. 전체 예산 중 가장 많은 34.5%를 차지한다. 특히 일자리 예산이 23조5천억원으로 올해보다 22% 늘어난다. 사상 최대 규모다.
일부에선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으나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내년 39.4%로 올해보다 오히려 0.1%포인트 낮아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13%보다 훨씬 낮다. 그런 점에서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이 ‘재정 중독’이니 ‘세금 성장’이니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지나친 정치 공세로 보인다. 국제기구들도 우리 정부에 재정 확대를 적극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5월 “한국의 국가채무가 상당히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어 장기적 성장 지원과 사회적 보호 강화를 위해 국가채무를 국내총생산 대비 45% 수준으로 높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정 지출 규모가 대폭 늘어나는 만큼 효율적 집행의 중요성도 더 커졌다. 예산 편성의 전체적인 방향이 옳다고 해서 집행의 효율성까지 담보해주지는 않는다.
한 예로 일자리 예산을 들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전례 없이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기대했던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일부 일자리 사업은 확보된 예산조차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 종합적인 계획 없이 백화점식으로 이것저것 일만 벌린 탓이 크다.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성과가 부진한 사업들은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대신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 등에 예산을 집중 투입할 필요가 있다. 육아, 보육, 장애인 지원 등 사회서비스 분야는 일자리 창출과 복지 증대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여성과 노인 인력의 활용도를 높일 수도 있다.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고려하면 이런 분야의 일자리는 무궁무진하다.
자영업 지원도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자영업 부진은 근본적으로 공급 과잉과 온라인 거래 확대 등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됐다. 단순한 지원 확대로 해결하기 어렵다. 자영업 구조조정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실업급여 확대와 재취업 지원 등 고용 안전망 확충에 힘을 쏟아야 한다.
적극적인 재정 운영은 우리 경제의 구조 변화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정교한 전략 없이 재정 지출만 확대해서는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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