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이 수만건의 정치 편향적 댓글을 작성하고 민간인을 상대로 불법 해킹을 한 혐의로 전·현직 경찰 고위 간부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경찰 댓글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청 특별수사단(특수단)의 수사 결과다. 이들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27일 열린다.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에 이어 경찰까지 댓글 공작을 벌였다는 것인데, 이명박 정부 시절 권력기관의 여론조작 실태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특수단 수사 내용을 보면, 2010~2012년 황아무개 경찰청 정보국장은 90여명의 보안사이버수사요원에게 차명 아이디 등을 활용해 ‘구제역 사태’ 등과 관련한 정부 옹호 댓글 4만여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아무개 전 정보국장 등은 100여명의 서울청 및 일선 경찰서 정보과 직원 등에게 ‘희망버스’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과 관련한 정부 옹호 댓글 1만4천여건을 작성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이번 수사에선 불법 감청 정황도 포착됐다. 2010년 경찰청 보안국 보안사이버수사대장으로 일했던 민아무개 경정이 해킹 장비를 구입해 인터넷상에서 통째로 데이터를 가로채는 이른바 ‘패킷 감청’ 방식으로 내사 대상자의 전자우편과 시민단체 등의 게시판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정식 수사대상도 아닌 ‘피내사자’를 상대로 영장도 없이 마구잡이로 불법 감청을 한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다. 이번 기회에 그 규모와 실체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민생과 치안을 담당하는 ‘공룡 조직’ 경찰의 댓글공작과 불법 해킹은 다른 기관에 비해 그 피해가 더욱 광범위할 수 있다. 특수단은 영장을 신청한 전·현직 간부들의 윗선인 조현오 전 경찰청장을 조만간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고 한다. 조 전 청장은 최근 “범죄 예방 차원에서 진행한 일”이라고 댓글의 불법성을 부인했다. 조 전 청장 등을 상대로 댓글공작의 계기와 진행 과정을 면밀히 조사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
이번 수사로 이명박 정부의 여론조작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더욱 분명해졌다. 2009년 국정원 심리전단을 필두로 2010년 군 사이버사령부, 그리고 경찰까지 조직적으로 가담한 셈이다. 이명박 정부 수사기관들의 총체적 일탈이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도 철저히 규명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