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국무회의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오는 10일 취임 1년을 맞는 문 대통령은 내각에 “초심을 지켜가자”고 당부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가 10일 출범 1년을 맞는다. 문 대통령은 8일 국무회의에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고자 추운 겨울을 촛불로 녹였던 국민의 여망을 받들어 쉼 없이 달려온 1년이었다”고 자평했다. 지난해 5월9일 대선에서 승리한 문 대통령 앞에 놓인 시대적 과제는 촛불정신 실천이었다. 연인원 1600만명이 석달 동안 전국에서 들어올린 촛불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상징되는 적폐를 청산하고 나라를 바로 세울 것을 요구했다.
인수위도 없이 선거 다음날 출범한 새 정부는 국민의 명령을 저버리지 않았다. 국정농단 주범과 종범들을 구속했다. 군사이버사령부 댓글 조작, 문화계 블랙리스트,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등을 단죄해 ‘음습한 권력의 민낯’을 드러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의 정치공작과 이 전 대통령 개인 비리를 파헤쳐, 부정한 권력은 반드시 심판받는다는 역사적 교훈을 남겼다.
위기의 한반도를 평화의 발신지로 전환한 건 가장 큰 성과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독일 쾨르버재단 연설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추진 구상’(베를린 구상)을 밝힌 뒤, 북한의 6차 핵실험 등 위기를 넘기며 평창겨울올림픽을 평화의 동력으로 만들었다.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을 끌어냈고, 북-미 정상회담의 길을 열었다. 중재자를 넘어 한반도의 운명을 개척해온 지난 1년 성과에 관한 한, 칭찬에 인색할 이유가 없다.
국민 소통도 돋보인다. 5·18 유가족과 진심 어린 포옹을 하고 세월호 가족에게 공식 사과하는 모습은 피해 당사자는 물론이고 국민들에게도 치유와 위안이 됐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취임 1년을 맞는 문 대통령 지지율이 80%를 넘어 취임 초에 근접한 것은, 국민이 이런 성과에 공감한 결과로 해석된다.
미진한 부분도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개혁은 여전히 논란만 무성하고 성과는 불확실하다. 각 부처 장관에 대한 국민 지지도 대통령에 비하면 매우 낮다. 내각은 분발해야 한다.
가장 기대에 못 미친 분야는 경제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파격적인 정책을 강력히 추진했다. 재계와 보수 언론의 거센 반발로 논란이 컸지만, 올바른 방향이다. 앞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이들 정책이 안착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일자리 정부’를 자임하며 지난 1년간 역량을 쏟아부었지만, 고용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통계 수치로만 보면 되레 악화했다. 경제 분야에 대한 국민 평가가 다른 분야에 비해 낮은 이유다. 괜찮은 일자리가 늘어나지 못하면 소득주도 성장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 있다. 좀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고 정책 추진의 고삐를 강하게 죄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