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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조기경보 구멍 드러낸 포항 지진 ‘늑장 재난문자’

등록 2018-02-11 19:00수정 2018-02-12 09:55

11일 포항에서 규모 4.6의 지진이 발생한 뒤 포항시 북구 장성동의 한 건물 외벽이 부서져 길에 파편이 떨어져 있다.
11일 포항에서 규모 4.6의 지진이 발생한 뒤 포항시 북구 장성동의 한 건물 외벽이 부서져 길에 파편이 떨어져 있다.
11일 새벽 포항에서 규모 4.6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11월15일 발생한 5.4 규모의 본진 이후 가장 큰 여진이다. 지진이 발생하자 시민들이 새벽 추위 속에서 급히 대피하는 등 또다시 공포에 떨어야 했다. 다만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다. 40명이 부상을 입어 5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나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긴급 재난문자’가 늦게 발송된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진 발생 시각은 새벽 5시3분3초였다. 기상청의 재난문자가 발송된 시각은 5시10분44초로, 지진 발생 뒤 무려 8분 가까이 지나서다. 긴급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지진으로 건물이 흔들리는 긴박한 상황에서 시민들은 아무런 정보도 전달받지 못한 채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만약 규모가 더 큰 지진이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상청은 지난달 25일 ‘올해 업무보고’에서 지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난문자 발송 시간을 최대 7초 이내로 앞당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기경보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5초 정도의 시간이 있으면 책상 아래 등 근거리 대피가 가능하고 10초 이상이면 건물 밖으로 대피할 수 있다. 지진 발생 때는 일분일초가 천금 같은 시간이다.

행정안전부와 기상청은 “긴급 재난문자 자동 송출 시스템이 오류가 발생해 수동으로 발송했다. 현재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 시스템을 개선하고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지난해 11월 지진으로 보금자리를 잃은 이재민 300여명이 현재 포항흥해실내체육관 등에서 3개월째 대피소 생활을 하고 있다. 이날 지진으로 200여명이 집을 떠나 흥해실내체육관으로 대피했다. 10일부터 이재민 급식을 중단하고 대피소를 폐쇄하려던 포항시는 계획을 급히 변경해 대피소 운영을 연장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재민들이 안심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파손된 주택 복구가 불가능한 이재민들에게는 근본적인 주거 안정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 지진 피해로 가뜩이나 몸과 마음이 지친 이재민들이 이중삼중의 고통을 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

▶ 관련 기사 : 새벽 긴급 대피…포항 지진에 놀란 시민들

▶ 관련 기사 : “대부분 진동 느껴”…지난해 본진 뒤 가장 센 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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