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국무회의를 열어 429조원 규모의 ‘2018년 예산안’을 확정했다. 내년 예산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정부는 지난달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선언했다. ‘소득 주도 성장’과 ‘일자리 중심 경제’를 통해 ‘사람 중심 경제’를 이루겠다고 했다.
정부는 내년 예산에서 재정지출 증가율을 7.1%로 늘려 잡았다. 3.7%인 올해와 비교해 2배 가까이 된다. 박근혜 정부와 달리 확장적 재정전략을 펼치기로 한 것이다.
내년 예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자리를 포함한 복지 예산의 확대다. 증가율이 12.9%로 역대 예산 중 가장 높다. 전체 예산에서 복지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처음으로 3분의 1을 넘어섰다. 아동수당 도입, 기초연금 확대, 기초생활보장급여 인상 등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들이 두루 반영됐다. 소방관, 경찰관, 사회복지 공무원 등 국민 안전 및 민생과 직결된 공무원 일자리도 3만개 늘어난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통해 양극화 심화와 고용 악화를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대신 이전 정부에서 과다 투입됐다는 지적을 받아온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4조4천억원 깎았다. 20%나 삭감했다.
정부는 재원 마련과 관련해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과 함께 초과 세수를 기대하고 있다. 사회간접자본 예산 삭감 등을 통해 불요불급한 지출 11조5천억원을 절감하기로 했다. 대기업의 실적 호조와 ‘부자 증세’를 담은 세법 개정을 통해 세수가 26조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재원 마련이 언제까지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일시적인 사회간접자본 예산 삭감으로 지속적인 지출이 요구되는 복지 예산을 감당하기는 어렵다. 또 초과 세수에 대한 기대 역시 낙관적인 경기 전망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안한 면이 없지 않다.
본격적인 증세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재정전략을 짠 데 따른 한계다. 정부가 이날 예산안과 함께 발표한 ‘2017~2021년 국가 재정운용 계획’을 보면, 앞으로 5년간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을 5.8%로 잡았다. 문 대통령이 대선 때 제시한 7%에서 후퇴했다. ‘보편적 증세’ 없이 복지 확대와 재정 건전성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보면 자칫 둘 다 놓칠 수 있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올해 19.3%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임기 말인 2021년에도 19.9%에 머문다. 세금 부담을 거의 늘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재원 확보 없는 복지 확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5.1%에 크게 못 미친다. 국민적 동의를 전제로 보편적 증세와 적극적 복지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경제 패러다임을 ‘사람 중심 경제’로 바꾸고 싶다면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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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2018년 예산안’을 기자들에게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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