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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전쟁만은 막겠다” 평화 의지 천명한 문 대통령

등록 2017-08-15 18:25수정 2017-08-15 19:34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72돌 경축사에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전쟁만은 막겠다는 평화적 해결 원칙을 대내외에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의 북-미 대결 구도와 관련해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은 안 된다. 정부는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북한의 ‘말폭탄’ 싸움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미국을 향해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정부가 배제된 어떤 형태의 군사행동도 안 된다는 강력한 의사표시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북핵 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 점에서 우리와 미국 정부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고 했다. 전날 “한-미 동맹은 평화를 지키기 위한 동맹”이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발표한 ‘베를린 구상’을 재확인하면서 북한에 거듭 대화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안보를 동맹국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다.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이산가족 상봉과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등 “쉬운 일부터 시작할 것”을 거듭 제안했다. 베를린 구상 발표 이후 달라진 안보 상황에서도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재확인하고 북한에 대화를 강조함으로써 후퇴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평화 해결 원칙은 마침 북-미가 한발씩 물러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됐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4일 “미국 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했고, 앞서 미국은 국무·국방 장관이 “북한과 협상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이라면 문 대통령이 광복절을 맞아 대북특사 제안 등 좀 더 담대한 북핵 해법을 내놓음으로써 상황을 적극적으로 돌파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한-일 관계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과거사와 역사 문제가 발목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셔틀외교를 포함한 다양한 교류를 확대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사와 안보·경제 등 현안을 분리 대응할 것임을 밝힌 것이다. 다만,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에 대해서는 “일본 지도자들의 용기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일본의 성의있는 자세 변화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이 ‘촛불혁명’ 이후 첫 광복절을 맞아 이른바 ‘건국절’ 주장을 일축한 것도 의미가 남다르다. 문 대통령은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고 말했다. 지난 9년간 보수 정부가 건국일을 1948년 8월15일로 규정해 상해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무시하는 등 역사 퇴행을 거듭해온 것을 바로잡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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