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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대북 압박’에 치우친 한·미 정상 통화

등록 2017-08-07 18:12수정 2017-08-07 19:04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해 대북 제재 강화 등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의 참상이 일어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평화적·외교적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는 말이다. 최근 ‘군사적 대응’까지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 트럼프 대통령에게 문 대통령이 “전쟁은 안 된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한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체적인 대화 내용을 보면, 강경 대응 일변도로 흐르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며 “북한이 핵을 폐기하거나 포기할 때까진 제재와 압박을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선 핵폐기-후 대화’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 별로 다를 게 없다. 문재인 정부는 앞서 북한에 남북 적십자회담과 군사당국자회담을 제의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핵 해결 주체는 미국 중심 국제사회이고, 남북관계 등 인도적 문제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대화’를 2개로 분리했다.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했던 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이 결국 ‘반쪽짜리 대화’만을 목표로 한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사드 발사대 4기 추가배치를 언급하며, “빠른 시간 내에 (반대 주민들 및 중국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연히 사드 배치 기정사실화로 이해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한국의 방위력 향상을 위해 핵 추진 잠수함의 필요성까지 언급했다고 한다. 전혀 ‘평화적·외교적’ 방법이 아닐뿐더러, 이런 방식의 군비 증강이 과연 한반도 문제 해결과 안보를 튼튼히 하는 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 든다.

문 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고삐 풀린 듯한 북한의 미사일 실험과 트럼프 미 행정부의 강경 분위기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이번 발언은 남북 평화 기조를 추구하는 문재인 정부의 기존 입장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북한은 늘 도발적이고 비협조적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중심을 잃지 말고, 보수 정부와는 다른 한반도 해법과 평화 기조를 유지해 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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