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주석 국방부 차관이 17일 오전 남북군사당국회담 개최를 북한에 제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7일 북한에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중지를 위한 군사당국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 개최를 동시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후속조처다. 북한 당국은 ‘6·15 공동선언 및 10·4 정상선언 존중’의 정신을 살려, 이 제안에 적극 호응할 것을 촉구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군사회담엔 응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선 쉽게 응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4월 중국 북한식당에서 일하다 탈북한 여종업원 12명과, 탈북 뒤 남한에 정착했지만 북송을 요구하는 김련희씨 송환 없이는 이산가족 상봉은 없다는 주장을 북한이 계속 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단된 조국에서 한평생 가슴에 멍이 든 이산가족의 아픔을 생각한다면,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과 이들 문제를 연계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제 남쪽에 생존해 있는 이산가족은 6만여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살아생전 가족을 만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남북한 당국이 서둘러 이산가족 상봉에 나서야 할 이유다.
이와 별도로, 만일 북한이 군사회담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더라도 8월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중단 요구 등 역제안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리 정부는 전향적 자세로 북한의 역제안 가능성에 마음을 열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당장 연합훈련 중지까지는 아니더라도, 강도 조절 등의 조처까지는 검토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남북 통신선 연결 복원이 급선무다. 남북을 잇는 판문점 직통전화와 서해지구 군통신선은 지난해 2월10일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선언하면서 북한에 의해 단절됐다. 이후 남북 당국간 통신선은 모두 차단됐다. 그래서 이번 대북 제안도 북에 직접 연락하지 못하고 언론 발표를 통해 전달하는 방식이라 한다. 그러니 북한이 남쪽 제안에 남북 통신선을 연결해서 답변을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첫 결실이 될 수 있다. 통신이 연결돼 서로 말길이 열리면, 미리 오해를 풀거나 마찰을 방지하는 등 안전판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갈수록 동북아 정세가 위중해지는 상황에서 북한은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대화 제안에 긍정적으로 나서길 바란다. 또 북한이 제대로 응답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먼저 열린 마음으로 선제적 대북 조처를 취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화가 긴장을 완화하는 첩경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