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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사람 중심 경제’ 공약, ‘부자 증세’ 없이는 힘들다

등록 2017-07-09 18:20수정 2017-07-09 18:54

문재인 정부의 첫 ‘세제 개편안’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017년 세법 개정 방향’을 이번주 중 문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다음달 초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큰 틀을 보면, 정부는 ‘부자 증세’의 대표격인 소득세와 법인세 명목세율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소득세 과표구간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소득세 최고세율인 40%를 더 높이지는 않되, 40%가 적용되는 과표구간을 ‘5억원 초과’에서 ‘3억원 초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세율은 올라가지 않지만 세원이 확대돼 부분적으로 증세 효과가 나타난다.

세금. 출처 픽사베이
세금. 출처 픽사베이
고소득자와 고액자산가 등에 대한 과세 강화도 추진한다. 현재 상속 6개월, 증여 3개월 이내에 자진신고를 하면 내야 할 세금의 7%를 깎아주는 상속·증여세 신고세액 공제율을 3%로 낮추고, 2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융소득에 적용하는 종합과세 기준을 하향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 법인세 실효세율을 높이기 위해 각종 비과세·감면도 정비한다.

정부는 소득세·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처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은 하반기에 전문가와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조세·재정개혁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하기로 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문제를 바로 추진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해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면밀한 준비 없이 조세 개혁을 밀어붙였다가는 자칫 ‘조세 저항’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문 대통령의 ‘사람 중심 경제’ 공약을 실현하려면 증세, 특히 부자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해 필요한 재원은 5년간 총 178조원, 연평균 35조6천억원에 이른다. 복지 지원 18조7천억원, 공공 일자리 창출 4조2천억원,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 2조5천억원 등이다.

이번 세제 개편안 발표 때 증세의 원칙과 방향만큼은 분명히 제시돼야 한다. 이를 근거로 특별위원회는 먼저 국민들의 광범위한 동의와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그리고 조세 형평성,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 세금을 부담할 수 있는 담세 능력 등을 고려해 정교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관련 기사 : ‘부자 증세’ 본격 시동…과세표준 5억→3억 초과로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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