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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원청 ‘산재 책임’ 강화, ‘위험의 외주화’ 끊는 계기로

등록 2017-07-04 17:39수정 2017-07-04 18:57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50회 산업안전보건의 날 기념식 영상메시지를 통해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하고 산업재해 발생 때 원청업체와 발주자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또 사회적 파장이 큰 산재 발생 땐 국민조사위원회를 만들겠다며 ‘산업안전 패러다임의 전환’을 강조했다. 그동안 산재 사고가 사회적 이슈가 될 때마다 거론됐던 방향이지만, 사용자와 노동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대통령이 직접 선언한 정책의 무게는 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 산업현장은 ‘높은 산재율, 더 높은 산재은폐율’로 악명 높다. 최근 고용노동부 산하 안전보건공단의 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 노동자 1만명당 산재로 숨진 원청노동자(사망만인율)는 0.05명인 데 반해 사내하청노동자는 0.39명으로 8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재해율은 하청이 원청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하청에서 일어난 산재가 일상적으로 은폐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의 산업재해 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이면서도, 독일·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산재율이 낮은 이유도 마찬가지로 추정된다. 이명박 정부 이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업무를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가 가속화되면서 이런 현상은 더 심화했다. 지난해 서울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는 대표적 사례였다. 2인1조 작업이란 매뉴얼이 있지만 적은 인력과 바쁜 일정에 쫓기는 현장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올해 노동절 33명의 사상자를 낸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 등 조선업 및 건설업, 철도 부문 등은 매해 고질적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대표적 분야지만 원청이 법적 책임을 지는 경우는 드물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기업 법인뿐 아니라 최고경영자에게도 책임을 묻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현장에선 원청과 하청 직원의 경우 지급되는 보호구조차 차별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노동자의 ‘작업중지 요청권’도 2015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때 형식적으론 포함됐지만, 불이익을 우려해 이 권리를 이용하는 하청노동자들은 거의 없다. 원청은 현장 안전관리비를 하청업체의 도급비용으로 떠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달 세부 실행계획을 발표할 고용노동부는 이런 현실을 세심히 살펴, 실효성 있는 예방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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