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했다. 실업난에 대응한 응급처방으로 일자리 11만개 창출을 목표로 하는 추가경정예산안을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직접 국회에 호소했다. 본예산이 아닌 추경안에 대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추경안 처리가 그만큼 절박하고 시급하다는 뜻일 게다.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의 상당 부분을 구체적인 사례와 통계를 들어 고용사정 악화와 서민들의 생활고를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제발 면접이라도 한 번 봤으면 좋겠어요”라고 하소연하는 취업준비생과, 실직과 카드빚으로 근심하다가 “다음 생에는 공부를 잘할게요, 미안해요”라는 문자를 부모에게 남기고 목숨을 끊은 청년 등의 사례를 본회의장 스크린에 슬라이드로 띄워가며 추경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지금 고용사정이 사상 최악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 청년 체감실업률은 24%에 이른다. 4명 중 1명이 사실상 실업자이다. 또 고용사정 악화는 내수 침체로 이어져 저소득층에게 가장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은 외환위기 때보다 경기가 나쁘다고 입을 모은다. 취약계층의 삶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추경이 근본대책은 아니지만, 고용사정이 더 나빠지고 소득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을 막는 긴급처방의 효과는 분명히 있다.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경제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성장의 결과 일자리가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늘려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벌 중심의 경제를 개혁해 ‘고용 없는 성장’에서 벗어나겠다는 구상이다. ‘6월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에서 제시한 ‘경제 민주주의’와 일맥상통한다. 문 대통령은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 속에서 민주주의는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며 “일자리는 경제의 문제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말했다.
추경안 처리에 부정적 태도를 보여온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이날 추경안 심의에 참여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입장 변화다. 자유한국당도 다른 현안과 연계하지 말고 동참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꼼꼼히 살펴보고 필요하면 보완해야 한다. 국회에 민생 문제 해결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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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 본회의장 스크린에 ‘청년 실업 사례’를 슬라이드로 띄워가면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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