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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과 ‘일자리 추경’

등록 2017-06-05 18:43수정 2017-06-06 09:30

정부가 5일 국무회의를 열어 11조2천억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공무원 1만2천명을 비롯해 공공부문 일자리 7만1천개, 중소기업 지원 등을 통해 민간부문 일자리 3만8500개 등 11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추경의 모든 재원을 일자리 창출과 일자리 여건 개선에 투입할 계획이다. 말 그대로 ‘일자리 추경’인 셈이다.

‘일자리 추경’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4월17일 첫 공식 유세에서 “양극화와 실업으로 내수 침체가 장기화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집권하면 즉각 10조원 이상의 일자리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수출 대기업들의 실적 호조로 일부 경기지표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고용 사정 악화와 소비 위축으로 서민경제는 여전히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월 실업률은 4.2%로 같은 달 기준으로 2000년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였고, 청년실업률은 11.2%로 통계 기준을 바꾼 1999년 6월 이후 가장 나빴다. 취업준비생 등을 포함한 청년 체감실업률은 23.6%에 이른다. 4명 중 1명이 사실상 실업자인 셈이다. ‘고용 절벽’에 따른 고통은 저소득층이 가장 크다. 하위 20% 계층의 소득이 2016년 1분기부터 5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추경이라는 ‘응급 처방’이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된 ‘대한민국 일자리 상황판’.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된 ‘대한민국 일자리 상황판’.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번 추경은 넉넉한 초과 세수 덕분에 국채 발행 없이 편성됐다는 점도 눈에 띈다. 추경 편성 때마다 불거졌던 재정 부담 논란을 피하게 된 것이다.

다만 앞으로가 문제다. 소방관·경찰·교사·사회복지사 등 국민 생활에 꼭 필요한 분야라고는 하지만 공무원 증가는 재정 부담이 따른다. 올해 채용하는 1만2천명의 경우 추경이 6월에 국회를 통과하면 7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돼 거의 연말까지 진행되는 까닭에 채용 비용 80억원만 반영됐다. 인건비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들어간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은 현실성 있는 재원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지속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안에 공무원 17만4천명 등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약속한 바 있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이 절실하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로는 ‘고용 없는 성장’을 극복하기 어렵다. 불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바로잡아 국내 고용의 88%를 떠맡고 있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에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

정의당을 제외한 야당들은 이번 추경에 부정적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국가재정법이 정한 추경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추경이 실제로 일자리 창출에 효과가 있을지를 꼼꼼히 따지고 수정·보완하는 건 국회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형식논리를 앞세워 추경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 등 지금의 경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추경은 내용 못지않게 시기가 중요하다. 정부와 여당도 야당의 협조를 얻어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실기를 하면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 관련 기사 : 경찰·소방관 등 1만2000명 추가 채용 공고 7월에 나올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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