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정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임명된 지 보름도 안 돼 낙마했다. 김 전 차장은 연세대 교수 재직 시절 부적절한 품행이 문제가 되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4일 임명된 김 전 차장은 정의용 안보실장을 도와 외교·통일·정보융합·사이버안보 분야를 총괄해왔다. 김 전 차장은 새 정부 들어 임명된 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 중 첫 낙마 사례가 됐다.
김 전 차장의 중도하차는 이유야 어떻든 인사 검증의 실패를 의미한다. 청와대는 김기정 교수를 국가안보실 2차장에 발탁하는 과정에서 평판 조회 등을 통해 문제점을 일부 인지했지만 정확한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확인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장은 2012년 대선 때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 브레인 역할을 해왔다. 새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조율이 시급한 상황이라 서둘러 국가안보실 2차장에 임명한 것이겠지만, 시간을 두고 조금 더 살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고위 공직자에 대한 검증 실패는 과거 정부에서도 자주 일어났던 일이다. 그나마 이번엔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논란이 제기되기 전에 문제를 파악하고, 당사자가 사의를 표명하는 선에서 빨리 수습한 게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검증 실패를 반복하면 안 될 것이다. 고위 공직자의 잇따른 사퇴가 국정운영에 얼마나 큰 부담을 주는지 과거에 여러 차례 지켜본 바 있다. 새 정부에서도 낙마하는 이가 김기정 2차장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안현호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경우 청와대 일자리수석으로 사실상 내정돼 출근까지 하다가 문제가 생겨 내정을 취소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지명 과정에서도 부인의 위장전입 사실을 청와대가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청와대가 발표한 흠결 말고도 이런저런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문 대통령이 공약으로 제시한 ‘고위 공직자 인선 배제 5대 기준’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 전 차장 낙마를 계기로 고위 공직자 인선 과정을 차분히 되돌아봐야 한다. 인선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사전 검증을 더 철저히 해야 한다.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사회적 기준은 어느 때보다 엄격해졌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세밀히 살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들을 발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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