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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여당 의원 4명 입각, 관료사회 혁신 계기 되길

등록 2017-05-30 18:03수정 2017-05-30 19:08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역구 국회의원 4명을 1기 내각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역대 정권에서 초대 내각에 정치인을 대거 기용한 경우는 드문 일이다. 정치인들은 비교적 국민 여론에 민감하고 국회와 소통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 많다.

청와대는 여러 차례 선거를 거친 지역구 의원을 발탁하면 국회 인사청문회 관문을 무난하게 넘기고 내각 구성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실제로 지역구 국회의원 가운데 인사청문회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사람은 없다. 하지만 장관 직무 수행에 필요한 자질, 도덕성을 따지는 인사청문회와 지역구 선거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행여라도 국회가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검증을 소홀히 하거나 대충 넘기는 일이 있어선 안 될 것이다.

후보자 4명의 전문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정치인들에겐 다른 장점이 많다. 갈등을 조율하고 분쟁을 조정하는 데 능하며, 국회 상임위 활동을 통해 쌓은 경험도 무시할 수 없다.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헌신해온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는 지역통합과 균형발전을 이뤄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현재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나, 시인인 도종환 문화부 장관 후보자도 전문성과 무관하다고 보긴 어렵다.

특히 여성인 김현미 의원을 핵심 부처로 꼽히는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후한 점수를 줄 만하다. 지금껏 여성 국토부 장관은 없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지명에 이어 문재인 정부의 성평등 의지를 높인 대목으로 평가한다.

역대 정권에서 정치인 입각은 충성파에 대한 ‘보은용’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대통령이 ‘정치인 입각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장관 자리를 노리는 정치인들의 충성 경쟁을 유도하는 경우가 잦았고, 이는 여당이 청와대의 ‘거수기’로 전락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번 정치인 입각 후보자 4명의 면면을 보건대 도종환 의원을 제외하면 문 대통령의 측근이나 ‘친문 정치인’으로 분류되지 않는 인물들이다. 여당 의원 4명의 입각이 수평적 당·청 관계를 해치는 원인이 아니라 청와대와 집권당의 안정적 관계를 구축하는 발판으로 작용하기를 바란다.

‘정치인 장관’에 거는 기대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무엇보다 부처 내부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외부자의 시선으로 발상의 전환을 꾀하는 일이 중요하다. 관료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공직사회에 새바람을 불어넣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청와대의 눈치만 살피거나 하명만 기다리는 장관이어선 곤란하다. 국민은 여론에 귀 기울이고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반영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소신 장관’을 기대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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