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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임종석 비서실장의 사과와 ‘국무총리 인준’ 기준

등록 2017-05-26 18:00수정 2017-05-26 18:52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원칙 위배 논란과 관련해 임종석 비서실장이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선거 캠페인과 국정운영이라는 현실의 무게가 같을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야당이 위장전입 등을 이유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자, 대통령 비서실장이 양해를 구하고 나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탈세, 논문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를 공직에서 배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런데 이낙연 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장관 후보자들이 잇따라 위장전입 논란에 휩싸였으니 몹시 곤혹스러울 것이다. 경위가 어떻든 간에 청와대가 국민에게 사과하고 양해를 구하는 건 당연하고 바람직한 행동이다.

다만 위장전입이라고 해서 모두 도맷금으로 비판할 일은 아니다. 구체적인 내용과 상황을 따져 합당한 비판을 하는 게 사리에 맞는다. 이 총리 후보자의 위장전입은 교사였던 부인이 좋은 학교를 배정받기 위한 것이어서 분명 도덕성의 문제가 있지만, 재산상의 이익을 노린 위장전입과는 성격이 다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경우엔 부인의 근무지 이동과 김 후보자의 해외연수 등에 따른 것이어서 과거의 고질적인 위장전입 사례와 동일한 잣대로 비교하긴 어렵다.

청와대는 자체 인사기준을 마련하기로 하고 국정기획자문위에도 인사기준 공론화를 요청했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이 공약한 ‘5대 인사원칙’을 ‘없던 일’로 하거나 그 취지를 크게 훼손하는 건 곤란하다. 사소한 것일지라도 고위 공직자들의 위법 사실이나 도덕적 불감증이 자꾸 드러나면 정부가 일반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기가 매우 면구스러울 수밖에 없다.

야당은 비서실장 대신 문 대통령이 직접 이 문제를 언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대통령이 직접 나선다면 국민에게 훨씬 진솔하게 받아들여질 게 분명하지만, 위장전입 사안 하나만으로 총리 인준 여부를 판단하는 게 과연 적절한지는 별개의 문제일 것이다.

새 정부는 인수위도 없이 닻을 올린 상태다. 국무위원 임명 제청권을 가진 국무총리 인준이 늦어지면 그만큼 내각 구성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의 사과와는 별개로, 위장전입이 총리 인준의 결정적 결격사유인지를 국회가 종합해서 판단 내리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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