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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김동연-장하성 경제팀, ‘금수저-흙수저 구조’를 깨라

등록 2017-05-21 17:51수정 2017-05-21 18:52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경제관료 출신의 김동연 아주대 총장을 지명했다. 청와대 정책실장에는 경제개혁 운동에 참여해온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임명했다. 살아온 이력과 밝혀온 생각을 보면, 문 대통령이 두 사람을 발탁한 배경엔 각별한 의미가 담겨 있는 듯하다. 경기 활성화 같은 단기적 목표보다 새 정부가 추구하는 경제·사회 개혁에 훨씬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금수저-흙수저’로 대별되는 기득권 재생산 구조를 타파해 나가겠다는 뜻이 묻어난다. 쉽지 않은 과제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민 것을 환영하고, 성과를 기대한다.

김 부총리 후보자는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소년가장이 되어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에서 살다가, 집이 철거되고 경기도 광주로 강제이주 당하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가난해서 상업고등학교에 다녔고 야간대학에 진학했다. 그런 그가 고시에 합격해 기획재정부 차관과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을 지냈으니 흔한 말로 ‘성공신화’의 주인공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언론 인터뷰 등을 보면, 그는 자신과 같은 성공신화가 더는 쓰이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을 적잖이 고민해왔다. 2014년 7월 ‘바깥세상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장관급 직책을 훌훌 던진 이력에 눈길이 간다. 예산 전문가로서 새 정부 철학에 맞게 예산 배분의 획기적 전환을 추진하기를 기대한다.

장하성 정책실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참여형 지식인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소액주주 운동을 통한 재벌개혁 운동을 벌였고,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운영위원장 등을 맡았다. 최근 몇해 동안은 <한국 자본주의-경제민주화를 넘어서> 등의 저서를 통해 재벌개혁을 뛰어넘는 한국 경제·사회 개혁 방향을 제시해왔다. 경제부총리가 관료 출신인 상황에서 관료사회를 견제하는 구실을 하기에도 적합해 보인다. 2012년 대선 때 안철수 후보의 정책을 총괄했던 그를 문 대통령이 설득해 영입한 점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미 재벌개혁 전도사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에 지명해 재벌개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바 있다. 아직 인선하지 않은 금융위원장도 금융시장 개혁을 선도할 인물을 발탁하기를 바란다.

한국 경제는 지금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소득의 양극화와 빈곤의 확산도 심각하다. 경제주체들의 의욕을 살려야 한다. 해결 방향은 문 대통령이 이미 취임사에서 밝힌 바 있다.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의지에 걸맞은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새 경제팀이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반드시 물줄기를 바꾼다는 자세로 국정에 임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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