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미국 쪽 특사인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만났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첫 한-미 정상회담을 다음달 말 미국 워싱턴에서 열기로 양쪽이 합의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등으로 한반도 정세가 긴박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한·미 새 정부가 조기 정상회담에 합의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탄핵 여파로 우리나라는 6개월 이상 정상외교의 공백 상태에 있었고 ‘코리아 패싱’이란 말까지 나왔다. 한-미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한-중, 한-일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리면서 새 정부의 외교안보 현안 대응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정의용 청와대 외교안보 태스크포스 단장과 매슈 포틴저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의 면담 결과를 보면, 북핵 문제와 관련해 두 나라는 △북핵의 완전한 폐기가 궁극적 목표이며 △제재와 대화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북한과는 올바른 여건이 이뤄지면 대화가 가능하다는 등의 공통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표면적으론 ‘제재’에 방점을 찍었지만, ‘대화’의 문을 열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런 점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북핵 문제의 새 돌파구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상회담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선 우리 정부의 새 외교안보라인 구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사드 배치는 정상회담에서 논의해야 할 또다른 쟁점이다. 포틴저 보좌관은 “계속 대화하겠다”면서도 “이미 정해진 사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문제를 놓고 벌이게 될 미국과의 협의가 만만찮음을 예고한다. <한겨레>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2~13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의 56.1%가 ‘배치 결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답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사드 배치 재검토’에 대한 국민 기대감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국내의 요구와 미국의 완강함, 중국의 기대감 등 상반된 요구를 조율하는 과제를 새 정부로선 피할 수가 없다. 어떤 경우에도 ‘10억달러 비용 분담’과 같은 무리한 요구엔 당당하고 분명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미·중·일·러 등 주요국에 보낼 특사단과 만나 “정치적 정당성과 투명성이 굉장히 중요하게 됐음을 (각국에) 강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임 정부와는 달리 새 정부가 ‘시민혁명’의 연장선 위에 세워졌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대통령 말처럼 외교안보 사안에서도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민과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자세로 임하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