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청와대’ 구상을 담은 청와대 직제개편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부처별 관리 체제를 정책과제에 맞추는 등 내각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방향이라고 한다. 내각이 사실상 청와대의 ‘하부기관’으로 전락했던 과거 정권의 잘못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청와대 조직은 ‘3실·10수석'에서 ‘4실·8수석·2보좌관' 체제로 바뀌었다. 정책실을 부활하고 산하에 ‘일자리수석’을 신설했는데, 일자리 창출을 ‘국정 1순위’에 두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의지를 반영한 듯싶다. 외교안보수석을 폐지하고 외교·국방·통일 정책 보좌 기능을 국가안보실로 일원화한 것은 업무의 중복과 혼선을 개선하겠다는 뜻이어서 의미가 있다.
조직의 형태나 규모를 바꾸는 일보다 더 중요한 건 청와대가 시스템에 따라 제대로 작동하는지 또 대통령과 참모들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지 여부일 것이다. ‘작은 청와대’를 내걸고 직제를 개편했던 박근혜 청와대에선 오히려 ‘왕실장’ ‘왕수석’이 군림하고 ‘문고리 3인방’이 설쳤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청와대를 반면교사로 삼아 언제든 격의 없는 대화·토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분위기와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성인 조현옥 인사수석 발탁은 균형 인사에 대한 대통령 의지를 담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 걸음 나아가 “임기 안에 단계적으로 남녀 동수 내각을 실현하겠다”고 했던 대통령의 약속이 실현되길 기대해본다. 전문 관료인 이정도 기획재정부 행정안전예산심의관을 총무비서관에 기용한 것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대통령의 집사’로 불린 김백준씨, ‘문고리 3인방’ 일원인 이재만씨가 총무비서관으로 일했던 과거 정부와 선명하게 비교된다. 인사와 재정을 총괄하는 핵심 보직에 측근을 앉히지 않은 것 자체가 시스템으로 청와대를 운영하겠다는 신호로 읽힐 것이다.
참모들과 소통하는 방식도 ‘달라진 청와대’에 대한 기대를 낳는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24시간’ 공개 방침을 밝혔다. 또 셔츠 차림에 커피잔 들고 참모들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는 대통령 모습을 소개했는데, 이런 사소한 변화를 신선하게 바라보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일회성 홍보’에 그치지 않고 임기 내내 참모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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