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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짙어지는 ‘미-중 충돌’ 그림자

등록 2016-12-04 15:30수정 2016-12-04 19:0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2일(현지시각)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했다. 미국 대통령 또는 당선자가 대만 정상과 직접 대화한 것은 37년 만에 처음이어서 미-중 관계에 미칠 파장이 만만찮을 듯하다. 남중국해 사태, 북한 핵 문제, 경제 갈등,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한국 배치 문제 등에 이은 악재다.

‘하나의 중국’은 중국 대외정책의 핵심 원칙 가운데 하나로, 미국의 역대 정부도 이를 존중해왔다. 트럼프 당선자가 일부러 이를 깼다면 미-중 관계는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렇잖아도 그는 대선 기간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중국이 가장 경계하는 ‘대만 카드’를 꺼낸 트럼프 당선자의 의도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지만, 미-중 관계가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것은 분명하다. 중국 정부가 일단 ‘대만이 일으킨 장난질’로 규정한 것은 미국과의 정면충돌을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중 갈등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북한 핵 문제가 대표적이다. 지난 몇 해 동안 핵 문제가 급격히 나빠진 배경에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대립이 깔려 있다. 두 나라의 갈등이 고조된다면 핵 문제 해법 찾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최근 중국이 한국 기업에 보복 조처를 취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드 문제도 기본적으로 미-중 갈등의 산물이다. 중국이 세무조사나 수입규제 등으로 한국 기업을 압박하는 것은 옹졸한 태도이지만, 미-중 불신이 가라앉지 않는 한 사드 문제도 풀기가 쉽지 않다.

미국과 중국은 대국답게 일방적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트럼프 당선자의 미국우선주의가 다른 나라의 희생이나 정세 악화를 전제로 해선 안 된다. 중화주의에 기댄 중국의 공세적 모습 또한 사라져야 한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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