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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한-일 군사정보협정, ‘파탄 정권’이 할 일인가

등록 2016-11-14 17:29수정 2016-11-23 16:00

박근혜 정부는 12일 사실상 국민으로부터 정치적인 불신임을 받았다. 정통성을 잃고 기능도 마비된 파탄 정권으로 전락했다. 이런 정부가 외교·안보적으로 매우 민감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일사천리로 추진하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라를 팔아먹는 행위’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원래 한-일 군사정보협정은 일본 쪽이 먼저 요청해 2012년 6월 체결 직전까지 갔다가 밀실 추진 논란이 불거지면서 무산된 바 있다. 그 뒤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국방부가 지난달 27일 갑자기 협상 재개를 선언한 뒤 1일(도쿄), 9일(서울) 실무회의를 거쳐 14일 도쿄에서 3차 회의를 열어 가서명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한민구 국방장관이 약속했던 ‘국민 공감대 형성' 등의 작업은 거의 없었다.

한-일 군사정보협정에 관해선 그간 일본이 가지고 있는 북한 핵·미사일 정보 획득 등 대북 억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찬성 주장도 있으나, 한-미-일 미사일방어망에 편입될 우려가 크며 중국을 자극해 오히려 한반도 안보 환경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가 많았다.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역사수정주의를 용인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국방부가 이런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를 밀어붙이는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된다. 하나는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일 삼각 안보체제 구축을 동북아 안보의 최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미국의 압력이고, 하나는 최순실 스캔들로 죽음 직전에 있는 ‘박근혜 구하기’다. 둘 다 한국의 국익보다는 미국과 일본의 이익, 박 대통령의 사익을 우선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처럼 주변국보다 국력이 약한 나라는 평소에도 협상력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하물며 국민의 불신과 외국의 조롱을 받는 정권이 무슨 힘을 쓰겠는가. 이 시점에 협정을 추진하는 것은 촛불에 기름을 끼얹는 일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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