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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미국 대선을 ‘저질 쇼’로 전락시킨 트럼프 후보

등록 2016-10-10 17:23수정 2016-10-10 18:53

미국 언론들은 9일(현지시각) 열린 대선 2차 텔레비전 토론을 두고 ‘최악의 진흙탕 싸움’ ‘대선 역사상 가장 추잡한 싸움’ 등으로 비판했다.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자부해온 미국의 모습은 찾기가 어려웠고 상대에 대한 공격만 난무했다.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투표일까지 더 나쁜 일이 일어나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이번 토론은 미국 선거문화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인사도 나누지 않은 채 난타전을 벌였다. 최근 불거진 ‘음담패설 녹음파일’ 이슈가 거론되자 트럼프 후보는 바로 클린턴 후보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 추문을 들춰냈다. 심지어 트럼프 후보는 클린턴 후보를 ‘악마’라고 부르면서 그의 이메일 스캔들과 관련해 ‘대통령에 당선되면 감옥에 보내겠다’는 협박성 발언까지 했다. 건강보험 문제 등에서도 합리적인 토론 대신 비방성 발언이 앞섰다.

미국 대선이 이렇게 ‘저질 쇼’로 타락한 주된 책임은 트럼프 쪽에 있다. 막말과 대중 선동을 무기로 삼아온 그는 과거의 음담패설 녹음파일까지 공개되면서 위기에 몰리고 있으나 진실한 사과는커녕 오히려 공세적인 모습을 보인다. 대선판이 어떻게 되든, 미국의 대외적 이미지가 추락하든 말든 제 맘대로 해보겠다는 태도다. 공화당 안에서조차 대통령 후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트럼프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후보를 교체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지지율은 여전히 상당하다. 클린턴과의 차이가 조금씩 벌어지고 있긴 하지만, 최대 인구집단인 백인 중하층의 지지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들은 트럼프가 좋아서 지지한다기보다 기존 주류정치에 대한 반감과 피해의식을 그에게 투영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클린턴에 대한 비호감도가 트럼프 못잖게 높은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미국 정치의 핵심 문제점 가운데 하나가 여기에 있다. 유권자들이 차선도 아닌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구도인 셈이다.

트럼프는 지금 미국 민주주의의 큰 짐이 되고 있다. 대선 판을 지금 모습처럼 계속 끌고 갈 수밖에 없는지 미국인들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각국이 이번 미국 대선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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