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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김영란법’ 시행, 문화와 의식 개혁과 함께 가야

등록 2016-09-27 17:39수정 2016-09-27 18:52

우리 사회 부패 척결의 신기원이 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른바 ‘김영란법’)이 28일부터 시행된다. 공적 부문의 부패 방지를 위한 이 법은 적용 대상인 공직자와 언론·교육 등 공적 업무 종사자들은 물론 국민 대부분의 일상을 크게 바꿀 것으로 보인다. 관행이라며 합리화됐던 일상의 낡은 비리는 법 시행을 계기로 사라져야 한다.

‘김영란법’은 비싼 식사나 선물은 안 된다는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니다. 법은 무엇보다 직무관련자 사이의 부정한 청탁을 금지한다. 공무원과 민원인, 판검사와 변호사, 교사와 학부모 등 직무 관련자 사이에선 청탁만으로 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이들 사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교나 의례로도 인정되지 않는다. 원칙적으로 아무것도 주고받지 말아야 하니 ‘3만원 이하 식사, 5만원 이하 선물, 10만원 이하 경조사비’ 기준도 해당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랬다고 학부모가 선물을 손에 들고 학교를 찾아간다거나, 선배 법관이나 검사 출신 변호사가 사는 밥과 술을 함부로 먹다가는 주고받는 사람 모두가 처벌을 받게 된다. 대부분 대학 부속인 상급 종합병원에서 진료·수술 일정을 조정해 달라거나 입원실을 마련해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법이 금지하는 부정청탁이다. 청탁하는 사람도, 들어주는 사람도 처벌 대상이다. 그렇게 이런저런 ‘연줄’을 찾아 ‘편의’를 받는 게 과거엔 묵인됐다지만 이제는 엄하게 경계해야 할 불법이다. 일상 속에 넓고 깊게 퍼져 있던 ‘사소한’ 비리의 관행부터 없어져야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문화와 의식도 크게 바뀌어야 한다. 법이 시행되면 공직자나 언론·교육분야 종사자는 일상의 어느 부분에서도 함부로 ‘남의 돈’을 쓸 수 없다. 그런 태도와 원칙은 다른 분야로 확산해야 한다. 접대와 대접, 안면과 인맥으로 얽혀 이를 핑계로 서로 적당히 눈감아주는 대신 ‘내 몫은 내가 낸다’는 새로운 문화가 자리를 잡으면 우리 사회도 한층 공정하고 투명해질 것이다. 청탁하거나 들어주는 것을 당연시하거나 합리화하는 풍토가 사라져야 갑질이나 편파 따위 비리도 없앨 수 있다.

걱정되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법을 앞세워 언론 등 국민 생활을 통제하려는 권력의 잘못된 시도도 있을 수 있고, 과도한 걱정 탓에 정상적인 소통마저 마비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법은 우리 사회를 정화해 한 단계 성숙시킬 디딤돌이다. 제대로 시행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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