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8일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을 두고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논란이 일고 있다. 법과 시행령이 식사·선물·경조사 비용을 한정한 탓에 관련 산업에 큰 피해가 예상된다는 주장이 연일 쏟아지지만, 정작 그 근거라는 피해 추정액은 도무지 신뢰하기 힘들다. 피해액 산출 방식에 오류가 적지 않은데다 의도적인 과장 흔적도 있다. 그런데도 이를 앞세워 법령의 개폐를 주장하고 있으니, 김영란법에 괜한 흠집을 내어 정상적인 시행을 가로막으려는 의도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피해 추정액을 부풀린 정황은 여럿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김영란법으로 인한 피해 예상액을 11조6천억원으로 추정했지만, 그 근거는 매우 자의적이다. 법인의 경우 현금 사용이 거의 없는데도 카드 사용에 육박하는 현금을 사용할 것이라고 함부로 가정한 첫 단계부터 잘못됐다. 기업체 간부와 접대 대상 공직자 수를 단순 비교해 그 비율만큼 법인이 공직자를 접대할 것이라고 추정한 것도 합리적 근거가 없다. 압권은 해당 산업 피해를 과대 포장한 대목이다. 김영란법이 규제하는 3만원 이상 식사가 전체 음식 접대비에서 61.8%를 차지한다는 추정도 근거 없는 것이거니와, 3만원이 넘는 음식 접대가 금지되면 가격을 낮춰 접대할 수 있는데도 기존의 3만원 이상 가격대의 식사 매출이 모두 없어진다고 계산한 것은 전형적인 부풀리기다.
제대로 된 통계도 아닌 ‘주먹구구식’ 수치만 내세운 경우도 허다하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전체 소매점 비율에 전혀 맞지 않는 표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뒤 이를 토대로 피해 추정액을 계산했다. 계산이 맞을 리 없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축산물 피해액도 객관적 피해 추정이 아니라 막연할 뿐인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선물시장 매출 감소액을 계산했다. 이런 식으로 피해를 과장하니 김영란법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김영란법에 크고 작은 아쉬움과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단기적으로 관련 업계의 피해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부패가 감소하고 투명성이 높아져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커지는 등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청렴 사회를 향한 국민의 간절한 바람을 엉터리 주장으로 가로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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